[e-런저런] 긴급보육 이용자제 호소, 욕 먹을 일인가
[e-런저런] 긴급보육 이용자제 호소, 욕 먹을 일인가
  • 신아일보
  • 승인 2020.12.1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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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여성가족국이 일선 어린이집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다며 긴급보육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송했다가 학부모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는 기사를 접했다. 

기사에 따르면 시는 호소문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3단계에 준하는 어린이집 휴원에도 불구하고 긴급 보육을 이용하는 아동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금 확산세를 막아내지 못하면 지금보다 더한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 될 수도 있다”며 “가급적이면 긴급 보육 이용을 자제하고 가정 안과 밖에서 방역 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틀린 말 하나없는 호소문이지만 이 종이를 받아든 부모들의 입장은 달랐다. 코로나가 엄중한 가운데 긴급보육을 보낼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나오지 말아 달라고 읍소하면 어디에 아이를 맡기냐면서 울분을 토한 것이다. 실제로 지역 맘카페에는 이런 시정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이를 두고 부산시는 맞벌이 부부 등 긴급보육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 가정 보육이 가능한 경우에도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있어 이를 자제 해달라고 당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단 부산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전국적으로 코로나가 심각해진 상황이지만 긴급보육을 이용하는 원아의 수는 크게 줄지 않은 듯하다. 물론 체감 수치니 실상과 다를 지도 모르겠다.

정원 165명으로 제법 규모가 큰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지인 A씨의 말을 빌려보자면 말로만 긴급보육이지, 90% 이상의 아이들이 매일같이 등원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확진자 수가 급증했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한 직후에는 눈에 띄게 등원하는 아이가 줄긴하지만 2~3일 내로 ‘모두 제자리’가 된단다. 한 반에서 1~3명 정도만 가정보육을 하고 나머지는 출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맞벌이가정과 한부모가정은 당연히 출석을 해야하지만 엄마가 집에서 살림하는 집도 일단 다 출석을 하고 있다며 푸념을 늘어 놓는다. 아이들이 많이 나와서 힘든게 아니라 밀집도가 높아지면서 혹시 모를 감염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 너무 불안하다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되고 이해된다. 한편으로는 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밀집도를 높이는 엄마인 것이 미안해지기도 한다. 

지난주 재택근무로 아이를 일주일 가정보육해봤더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특히나 업무를 해야 하는데 계속 말을 시키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에 당장이라도 등원시키고 싶긴 했다. 집에서 하루종일 살림하는 전업맘들의 고충은 더욱 클 것이다.

그렇지만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매일같이 새로운 숫자를 기록하더니 급기야 네 자릿수를 넘어서고 말았다. 긴급보육 이용을 자제해라는 저 말을 꼬아서 볼 때가 아니란 것이다. 물론 ‘신발 안 신은 지 2주째’ 등의 해시태그가 어울릴만큼 가정보육 하면서 외출도 삼가는 가정도 많은 줄 안다. 그렇지 않은 가정들도 각기 다른 사정이 있겠지만 지역감염이 심각한 요즘같은 때에는 알아서 자제하는 것, 그게 바로 ‘지혜’다.

/고아라 편집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