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㉓ - 양성평등과 출산율
[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㉓ - 양성평등과 출산율
  • 신아일보
  • 승인 2020.12.13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양성평등이 안돼 아이를 못 낳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성이 가사일과 아이 양육을 전담하기 때문에 아이를 못 낳는다는 것이다. 독박육아라며 어려운 육아환경을 호소한다. 직장에 다니면서 가사와 육아를 전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어려움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데 다른 나라를 살펴보면, 양성평등이 잘돼 있는 서유럽 국가의 출산율이 오히려 낮다. 철저한 남녀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출산율은 더욱 낮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양성평등을 넘어 여성 우위의 사회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시간 여유가 있는 전업주부와 바쁜 직장 여성의 출산율도 거의 차이가 없다. 

반면에, 여성이 차별 받는 국가의 출산율은 오히려 높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 여성들은 대부분 집안 일과 육아를 도맡아 하는데 출산율은 가장 높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에서도 여성이 심한 차별을 받는데 출산율은 1.7~4.7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로부터 1960년대까지 여성은 지독한 차별을 받았으나, 조선시대의 출산율은 10명 이상으로 매우 높았으며, 1960년에도 6명으로 상당히 높았다.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양성평등이 될수록 출산율은 하락하고 여성이 차별을 받을수록 출산율은 오히려 상승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조선시대 여성들은 결혼을 하면 시부모의 지시에 따라 가사일과 농사일을 해야 했다. 아이도 낳고 육아도 해야 했다. 노예와 다름 없는 생활을 했다. 이런 생활을 벗어나는 가장 빠른 길은 자녀를 낳는 것이었다. 특히, 아들을 낳는 것이었다. 아들이 어머니의 울타리가 돼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들은 아들을 낳으려 했다. 아들이 자신의 노후를 보살펴 주기를 바라는 목적도 있지만 여성에게는 노예 상태를 탈출할 필요가 더욱 절실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아이를 많이 낳았던 것이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는 남녀 차별이 심하기로 유명하다. 여성에게 히잡 또는 부르카 등을 쓰게하고 복장과 행동을 제한한다. 

중동 국가 중에서 여성 차별이 심한 대표적인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GDP가 3만1000$로 높으며 정치적으로도 안정돼 있다. 치안도 좋으며 사회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출산율을 하락시키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상당히 높다. 이것은 여성이 차별을 받는 것에 기인한다. 사우디 여성은 후견인의 허락 없이 결혼할 수 없으며, 이혼도 할 수 없다. 비 이슬람교도와의 결혼도 불가능하다. 가족 이외의 남성과는 대화조차 할 수 없다. 운전 금지 조치가 해제된 것, 여학생이 체육 수업을 받게 된 것, 여성이 참정권을 얻은 것도 최근의 일이다. 

이 밖에도 수 많은 규제와 차별이 있다. 이와 같이 여성의 지위가 낮으면 여성은 자녀를 낳아 자녀를 자신의 울타리로 만든다. 그래서 여성들은 아이를 필요로 하고 그 결과로 출산율이 2.53으로 상당히 높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양성평등이 안 돼 아이를 못 낳는다는 것은 지독한 거짓말이다. 인간은 환경이 갖춰진다고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을 필요가 있어야 아이를 낳는다. 삶의 환경이 나쁠수록 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아이를 낳는다. 인간은 필요해야 아이를 낳는 동물이다.

/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