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떠나는 '은행맨'에 전문가들 "생산성 악화 우려"
회사 떠나는 '은행맨'에 전문가들 "생산성 악화 우려"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12.1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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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 영향 점포 폐쇄·명예퇴직↑…신입 채용은 감소세
조직 고령화·직업 안정성 약화로 업무 집중도 하락 가능성
5대 시중은행 임직원 수 추이(단위: 명).(자료=각 사 사업보고서)
KB·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전체 임직원 수 추이(단위:명).(자료=각 사 사업보고서)

과거 높은 연봉과 고용 안정성 등으로 각광을 받았던 '은행맨'들의 이탈이 심화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 고도화로 비대면 영업이 늘면서 은행들이 더 많은 점포를 축소하고 나선 데다 희망퇴직 신청도 정례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환경이 가속화되면서 연말연시 은행을 떠나는 직원들의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력 감축은 조직 고령화와 직업 안정성 약화를 불러오고, 이로 인해 노동 생산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비용 절감을 위한 무조건적인 인력 감축보다는 변하는 환경에 맞춰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각 시중은행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임직원 수는 2017년 7만7029명에서 2018년 7만6933명, 2019년 7만6078명으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신규 채용 규모도 감소세다. 이들 5대 은행의 정규직 신규 채용 인원은 2017년 1430명에서 2018년 2763명으로 잠깐 증가했지만, 이내 작년 2335명, 올해 1537명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금융권 종사자의 평균 연령대는 오히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자료에 따르면, 금융 및 보험업 종사자들의 평균연령은 2017년 39.6세에서 2018년 39.8세, 작년 40.2세로 매년 높아졌다. 

은행권에서는 디지털 뱅킹 고도화 및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점포망이 줄고, 희망퇴직 인원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 임직원 수는 더욱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이 대세가 되어버린 지금으로선 인력감축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인력 감축이 오히려 은행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력 감축이 신입사원 채용 축소 방식으로 이뤄질 경우 조직이 고령화 되고, 기존 직원에 대한 퇴직이 활발할 경우 직업 안정성이 약해져 업무 집중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용 없는 성장은 은행의 건전한 경영 활동과 그 결과로 나타난 이익이 폄훼되는 사회적 비판을 초래한다"며 "또 여전히 책임자급 대비 행원의 상대적 비중이 낮은 고직급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현재 인력구조가 유지될 경우 생산성에 부응하지 못하는 고령 인력의 양산과 이에 따른 조기퇴직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은주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전 세대에 걸쳐 나타나는 고용 불안정성은 근로자의 근로 의욕을 저하해 직무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 있고, 이는 오히려 기업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에 단순 비용 절감 측면에서의 인력관리에서 벗어나, 수익 창출을 위한 혁신적인 인사제도를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고직급자가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종형 또는 피라미드형으로 전환해 국제 인수합병(M&A) 및 구조화 상품 개발, 인공지능 등 고부가가치 업무를 담당할 전문 인력에 대한 수시채용 비중을 늘리고,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온라인 직무 훈련을 늘려 직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준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금융상품이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서 가는 과정에서, 앞으로는 중장기적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인력 운영과 인사제도를 혁신하는 은행이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사옥. (사진=신아일보 DB)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사옥. (사진=신아일보 DB)

한편,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희망퇴직 신청을 본격화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30일까지 진행한 명예퇴직 접수에 직원 총 503명이 신청했다. 작년 356명보다 147명 늘어난 수치다. SC제일은행도 지난 2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수십 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국민·하나·우리은행이 늦어도 내년 초까지 희망퇴직 신청 공고를 낼 예정이다. 

오프라인 점포도 대폭 줄이고 있다.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의 영업점은 작년 9월 말 4740개에서 올해 9월 말 4572개로 168개나 축소됐다. 이들 은행은 연말까지 점포 80곳을 더 폐쇄할 계획이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