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집으로 가는 길
[기고 칼럼] 집으로 가는 길
  • 신아일보
  • 승인 2020.12.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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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영 서울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선생님 저 언제 집에 갈 수 있어요?” 학대피해로 인해 응급조치로 일시보호시설에 보호된 아이들이 상담원과 처음 만났을 때 종종 하는 질문이다. 

아이들 뿐 아니라 행위자나 보호자도 그 질문을 던진다. “무슨 권리로 내 아이를 데리고 가냐.”, “아무리 그래도 부모자식 간의  천륜을 끊으면 안 된다.” 

마땅히 아동의 안전을 보호해야 했던 상담원이 듣는 질문이라기에는 생각보다 날카롭고, 때로는 아프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학대피해로부터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잠시나마 힘 있는 어른이 되어주고 싶다는 작은 책임감으로 아동복지법에 명시된 법적 절차에 따라 아동을 보호하는 일을 할 뿐이다.

2020년 3월부터 분리 보호된 아동의 가정복귀를 위해서는 학대피해아동과 보호자의 의사뿐 아니라 가정복귀를 위한 ‘준비’가 필요해졌다. 

아동학대 사건 처리에 따른 법적 명령 등의 이행이 종료된 경우, 1년간 재학대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요건이 마련돼야 한다.

기본 요건이 충족된 후, 아동과 보호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제공하는 가정복귀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심리검사 및 심리치료 등에 참여해야 한다. 이후 아동 및 보호자의 변화를 토대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솔루션 회의, 아동복지심의회의를 걸쳐 가정 복귀를 위한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아동학대 신고접수 및 조사 과정에서 ‘원가정 우선 보호’ 원칙을 고려해 현저한 재학대 위험이 있는 등 위급한 상황 외에는 원가정에서 아동을 지속적으로 양육‧보호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동학대 사례관리를 하는 업무를 하는 상담원으로서 ‘가족보전원칙’을 지켜내고 싶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는 학대피해아동이 원가정 보호 중 재학대 발생으로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는 등의 사건을 목격하며 아동학대 사건 발생 시, 아동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즉각 분리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동학대 현장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로서 아동의 안전한 보호를 반대할 이유는 없으나 적어도 1년 이상이 소요되는 가정복귀 기간을 고려할 때 몇 가지 문제가 우려된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분리보호를 경험한 아동이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심리 사회적으로 적응에 더 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아동의 안전한 보호라는 목적달성이라는 분리보호조치의 순기능과 함께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방안도 모색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변경된 가정복귀 절차에 의하면, 행위자의 사건처리가 종료될 때까지 가정복귀가 불가하기 때문에 아동은 장기간 시설보호 될 가능성이 커진다. 학대피해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 수 부족과 아동의 시설 적응 문제 등을 고려한다면, 아동의 안전한 보호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학대피해아동의 분리 보호는 아동 안전 최우선, 원가정의 회복을 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대피해아동의 가정 복귀 이후, 재학대 위험요인을 감소시킬 수 있는 관리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분리 보호됐던 아동이 가정 복귀된 이후, 학대피해아동 및 그 가족 구성원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전문적인 가정 복귀 프로그램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참여하며 유관기관이 아동의 안전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가정으로 돌아간 아동은 지역사회 보호체계 내에서 관리되어, 가정 내 재학대 위험이 감소될 수 있도록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유관기관 간에 촘촘한 보호망 구축해 아동의 안전을 지켜 줄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학대피해아동의 보호·의무를 가진 국가와 기관의 역할이다.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원가정 보호 원칙 내에서 학대피해아동 가정 또한 건강한 가정환경으로 회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권주영 서울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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