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코로나발 재택근무
[e-런저런] 코로나발 재택근무
  • 신아일보
  • 승인 2020.12.1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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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5시도 안되는 시간 눈이 떠진다.

평상시 출근할 때라면 ‘나 출근하는 사람이야’하면서 곤히 잘만도 할 시간인데 어쩐지 재택근무에는 이 시간에 눈을 번쩍 뜨고 만다.

출근도 안 하면서 아이들 아침 밥상도 차려주지 않는다는 핀잔 어린 눈길이 어쩐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업무량은 같은데 가정에서의 눈치는 늘어만 간다.

재택은 마치 노는 사람으로 취급당하기 일쑤여서 부랴부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평상시 출근보다 이른 시간 ‘온라인 출근’을 한다.

출퇴근 시간이 생략된 만큼 조기 출근은 필수다.

‘나 여기서 일해요’를 어필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 한 번 볼 것도 두 번 이상 들여다보고 보고 보고 또 보고.

아이들 아침은 차려 주지만 정작 내 식사는 식탁에 앉아 컴퓨터를 만지며 누룽지 몇 술 후루룩후루룩 하는 게 전부.

평상시 출근이라면 유일한 휴식 시간인 점심시간, 또다시 아이들 식사 차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 와중에 머릿속에는 빠진 업무는 없는지, 오후에는 무얼 하고 어떤 순으로 업무를 처리할지 등으로 복잡하다.

순식간에 아이들이 먹다 남긴 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며 밀린 빨래를 돌린다. “숙제해라” “온라인 수업해라” “밀린 공부하라”며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고 잔소리 하는 건 덤.

재택근무만 하면 살림을 돕던 배우자, 동반자라는 이름의 그 사람 손길도 멈춰진다. 이 무슨 조화인지 아이들도 출근 때보다 요구사항이 많아진다.

'핫케이크 해줘, 떡볶이 해줘' 어디 나가서 놀 곳도 없고 분식집조차 가기 꺼려지는 코로나 대유행 시대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코로나 블루를 겪는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전쟁 같은 점심시간을 보내고 오후 온라인 근무시간이 왔다.

단 며칠 만 인데도 여의도 맛집에서 동료들과 식사하고 식후 휴식으로 빌딩 앞 돌로 만든 벤치에서의 수다 시간이 너무나도 그립다.

그렇지만 사람은 참 간사해서 재택근무가 끝나고 출근을 하면 또다시 일일 수백명 대의 확진자 수를 보며 재택근무의 이 시간을 그리워할 것이 분명하다.

돌고 도는 세상, 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예전의 안정된 생활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이상명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