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기후위기 대응 위해 '탈석탄'…투자 중단 선언 잇따라
금융권, 기후위기 대응 위해 '탈석탄'…투자 중단 선언 잇따라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12.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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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삼성 등 계열사, 국내외 석탄화력발전 PF 등 불참키로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사진=신아일보DB)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사진=신아일보DB)

국내 금융권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탈석탄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선언 시점을 기준으로 앞으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PF 등 관련 투자를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 금융 관계사들은 지난달 12일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탈석탄' 정책을 선언했다.

탈석탄은 석탄을 활용한 화력발전소를 설립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 환경오염에 대응한다는 정책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번 탈석탄 선언을 통해 앞으로 석탄 화력 발전소에 대한 직접적 투·융자뿐만 아니라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 목적 회사채에도 투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삼성화재는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보험을 인수하지 않는다'는 내부방침도 세웠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삼성화재에서 판매하는 기업 보험에 가입하려는 고객 중 화력발전소 관련 기업에 대해서는 보험 가입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라며 "직접적인 투자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탈석탄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석탄 발전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석탄 관련 신규투자를 중단하던 당시에 주요 글로벌 금융사들이 ESG(환경·사회적책임·기업지배구조) 운동을 시작하고 있었다"며 "또, 환경에 대한 관심 등 중요성을 인식하며 탈석탄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ESG 경영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ne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로,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해 고려하는 경영활동이다.

KB금융그룹이 지난 9월 서울시 영등포구 KB금융 본점에서 ESG위원회 회의를 진행했다. (사진=KB금융)
KB금융그룹이 지난 9월 서울시 영등포구 KB금융 본점에서 ESG위원회 회의를 진행했다. (사진=KB금융)

지난 9월에는 KB금융그룹이 국내 금융그룹 중 최초로 탈석탄을 선언했다. KB국민은행 등 모든 계열사는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불참과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특수목적회사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하지 않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금융권 탈석탄 선언에 반가움을 나타냈지만, 석탄 관련 기존 투자까지 철회해야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 시민단체 녹색연합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세계 금융권에서 석탄 투자 철회 흐름이 이어져 온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없었지만, 이제라도 탈석탄 선언을 하는 금융기관이 생겨나는 것은 반갑다"면서도 "현재까지 탈석탄 투자 선언을 한 금융사들은 향후 신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이 선언에는 허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현재 건설 중인 4개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사업 이후 신규 발전소 계획이 없다"며 "금융사 탈석탄 선언이 실효성을 지니려면 신규 투자 중단뿐만 아니라 기존 투자 철회도 담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사들은 기존에 맺은 계약 관계로 인해 당장 기존 투자를 철회는 쉽지 않지만, 만기 이전에 계속 관련 채권을 판매함으로써 기간을 줄이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철회를 선언하기는 쉽지 않다"며 "기존에 투자했던 것이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이 10년 이상 정도 소요되지만, 매년 관련 채권을 투자자에게 판매해 기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