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사상 최대인 55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여야가 법정 시한인 12월 2일에 맞춰 예산안을 통과시킨 건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된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정부안보다 2조2000억원 늘렸는데, 예산이 정부안보다 순증한 것은 4대강 사업비 편성 문제로 공방을 벌이다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2010년 이후 11년 만이다.
이로써 내년 예산안은 정부안도 역대 최대 '슈퍼 예산'이었는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불어나면서 '슈퍼 울트라 예산'이 됐다.
우선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실제 예산안 처리라 하면, 고성과 항의가 오가는 가운데 차수 변경까지 해가며 새벽에야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작년만 해도 여야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이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를 통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했었다.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이 안건 상정 순서를 바꿔 예산안을 전격 상정하자 "국회의장 물러나라", "문희상은 사퇴하라"고 고성을 지르며 거세게 항의했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런 점에서 올해 여야가 아무런 충돌 없이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신속히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다행이다.
특히 현재 국회가 '추미애-윤석열 갈등 사태'로 극한 대립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올해도 법정 처리 시한을 못 지킬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왔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야가 핵심 쟁점에서 한발씩 물러나면서 타협점을 찾은 것은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다만 여야 간 예산 퍼주기 경쟁은 극에 달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국회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상임위별 예산심사에서는 감액요구는 커녕 너도나도 증액요구를 하는 등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 경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결국 여야가 정치 득실을 따지며 숟가락을 얹어 사상 최대의 예산안으로 몸집이 불어난 셈이다.
이에 결국 순증된 2조2000억원은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게 됐다.
올해 말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43.9% 수준인 846조9000억원이다.
내년엔 112조5000억 원의 재정적자가 나고, 국가채무는 47.3%인 956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에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한 것은 안다.
하지만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예산 퍼주기 경쟁을 벌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떨쳐버릴 수가 없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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