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는 사업마다 안착…민명기 롯데제과 대표 입지 강화
손대는 사업마다 안착…민명기 롯데제과 대표 입지 강화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12.0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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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롯데 식품 계열사 수장 교체 속 나홀로 생존해 눈길
에어베이크드, 크런키 빼빼로 등 신제품 기대 이상 호실적
한 발 앞선 이커머스 육성, 신동빈 회장 '디지털 전환' 부응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 (제공=롯데제과)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 (제공=롯데제과)

민명기(59) 롯데제과 대표는 최근 그룹의 식품부문 주력 계열사 대표들이 잇단 교체된 가운데, 나홀로 입지를 강화한 모양새다. 신동빈 회장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주문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T)’에 따라, 이(e)커머스 중심의 유통·마케팅에 선도적으로 나선 점이 신뢰를 얻는 데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는 최근 그룹 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다. 롯데푸드·롯데지알에스 등 다른 핵심 식품·외식 계열사 수장들은 물갈이 됐지만, 민 대표는 신 회장으로부터 신임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민 대표는 2018년 1월 롯데제과 대표 자리에 올랐다. 같은 시기에 취임했던 남익우 롯데지알에스 대표는 이번 인사를 통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민 대표보다 1년여 가량 늦게 자리에 오른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도 이번 인사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민 대표를 제외한 각사 대표는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 경영전략 면에서 대응이 미흡했고,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 대표는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 경영기조에 맞춰 이커머스와 연계한 영업력 확대와 온라인 구독 등의 해법을 모색하며 소기의 성과를 올렸고, 신제품도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1위 제과업체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민 대표는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는 점을 일찍부터 눈여겨보고, 이미 올 1월 이커머스 조직을 팀에서 부문으로 승격하고 영업·마케팅 파트로 세분화하며 조직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이후 ‘흔한남매 한정판 과자세트’, ‘간식자판기’ 등 이커머스 전용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고, 시장 반응도 좋았다. 

롯데제과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정기구독 서비스 ‘월간과자’ (제공=롯데제과)
롯데제과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정기구독 서비스 ‘월간과자’ (제공=롯데제과)

지난 6월에는 월 9900원에 매달 다양한 인기과자와 신상품을 맛볼 수 있는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를 업계 처음으로 선보이며 주목 받았다. 월간 과자는 1차 모집 론칭 단 3시간 만에 모집인원 200명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8월에는 소비자 호응에 힘입어 2차 모집인원을 500명으로 늘렸다. 지난달 3차 모집 때에는 1차 때의 5배인 1000명으로 모집 인원을 확대하기도 했다.

롯데제과는 월간 과자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아이스크림까지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며, 온라인 정기구독 서비스를 새로운 킬러 콘텐츠로 키우고 있다. 

롯데제과는 민 대표의 주도 아래 이커머스 분야에서 이 같은 성과를 올렸다. 올 3분기까지 이커머스 분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0% 이상 신장했다. 특히, 보관·배송 문제로 온라인 판매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 아이스크림과 냉동빵은 같은 기간 400% 가까이 급성장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커머스 중심의 유통·판매 채널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온라인 자사몰 구축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라며 “산업계 전반에 화두가 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제과의 신제품 ‘에어베이크드’는 출시 4개월 만에 60억원의 매출고를 올리며 히트상품으로 등극했다. (제공=롯데제과)
롯데제과의 신제품 ‘에어베이크드’는 출시 4개월 만에 60억원의 매출고를 올리며 히트상품으로 등극했다. (제공=롯데제과)
출시 반 년 만에 매출액 130억원을 올린 ‘크런키 빼빼로’ (제공=롯데제과)
출시 반 년 만에 매출액 130억원을 올린 ‘크런키 빼빼로’ (제공=롯데제과)

민 대표는 코로나19로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주목하고, 제과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신제품 발굴에도 공을 들였다. 대표적으로 ‘제니 과자’로 불리는 ‘에어베이크드’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트렌드 확산으로 스낵 수요가 빠르게 늘자, 베이크드 스낵 프로젝트를 조기 가동했다. 자체 트렌드 예측 시스템 ‘엘시아(LCIA)’를 통해 소비자들이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공기로 구운 스낵’이라는 신개념 콘셉트에 맞춰 에어베이크드 제품을 지난 6월 출시했다. 

에어베이크드는 출시 한 달 만에 25억원이라는 판매기록을 달성했고, 9월까지 6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보통 제과업계에서 히트상품 기준이 월평균 매출 1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다. 

앞서 4월에 내놓은 ‘크런키 빼빼로’ 역시 맛의 창의성을 높였다는 호평 속에, 출시 4개월 만에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하며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출액은 반년 간 130억원에 달한다.

민 대표는 또, 성장세가 빠른 가정간편식(HMR) 시장 공략 차원에서 오트밀 브랜드 ‘퀘이커’를 육성했는데, 관련 매출은 9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200% 성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 대표는 신 회장의 의중을 읽고 디지털에 초점을 맞춰 꾸준한 성과를 냈고, 신제품까지 히트작으로 키워내며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롯데제과가 그룹 식품부문 핵심이란 점을 감안할 때, 민 대표 입지는 이번 인사로 더욱 높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