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첫 공개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첫 공개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12.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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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충전 시스템으로 18분에 80% 충전
플랫폼 모듈·표준화로 시장 요구 신속 반영
신규 PE 시스템으로 새로운 전동화 경험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2일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를 열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기술적인 특·장점과 새로운 고속화 모터, 배터리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이번 행사는 온라인 설명회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현대차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을 비롯해 스마트TV 기반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인 ‘채널 현대’를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됐다.

E-GMP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기아자동차 ‘CV’(프로젝트명) 등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의 뼈대가 되는 기술집약적 신규 플랫폼이다.

E-GMP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을 활용한 기존의 전기차와 달리 전기차 만을 위한 최적화 구조로 설계됐다.

내연기관 플랫폼과 달리 바닥을 편평하게 만들 수 있고 엔진과 변속기, 연료탱크 등이 차지했던 공간이 크게 줄어 실내 공간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구조적인 한계로 불가능했던 새로운 자동차 실내·외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특히 E-GMP는 모듈화와 표준화된 통합 플랫폼으로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단기간에 전기차 라인업을 늘릴 수 있다. 이를 통해 제조상의 복잡도가 줄어 생산효율이 높아지면서 수익성 개선으로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더불어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현실화할 자율주행, 고성능 EV, V2G(Vehicle to Grid) 등 다양한 활용성까지 고려한 설계구조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V2G는 주행 후 차량 내부에 남아있는 전력을 다시 외부의 전력망으로 전송해 사용하는 개념으로 차량을 하나의 에너지 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E-GMP를 기반으로 개발하는 차세대 전용 전기차에 신규 PE 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 다양한 글로벌 충전 인프라를 고려한 세계 첫 400V/800V 멀티 급속충전 기술, 차량 외부로도 자유롭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 등을 추가로 적용할 계획이다.

PE 시스템은 기존 내연기관의 엔진을 포함한 파워트레인 시스템을 대체하는 구동 시스템이다. 전기차 구동을 위한 모터와 감속기, 모터를 제어하는 인버터, 에너지를 담고 있는 배터리로 구성된다.

V2L은 차량에서 전력망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V2G의 개념 중 하나로 야외에서 캠핑을 하거나 비상시 차량의 전력으로 전자제품 등을 사용하고 다른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이다.

모듈화와 표준화 개념을 도입한 E-GMP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복잡성을 줄이면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차종과 차급의 경계를 넘어 유연한 제품개발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차량을 신속하게 선보일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특히 빠른 가속력, 역동적인 승차감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고성능 모델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시간 3.5초 미만, 최고 속도 시속 260㎞ 구현이 가능하다.

또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던 엔진이 사라진 공간에 상대적으로 가벼워진 구동 모터를 배치하고 배터리를 하단에 낮게 위치시켜 저중심 설계와 이상적인 전후 중량배분으로 뛰어난 선회 성능과 안정적인 고속주행을 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E-GMP는 고속화 모터를 탑재해 구동성능을 대폭 끌어올렸으며 중대형 차량들에 주로 적용했던 후륜 5 링크 서스펜션과 세계 처음으로 양산 적용되는 기능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IDA; Integrated Drive Axle)로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을 향상시켰다.

기능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은 모터에서 나온 동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축인 ‘드라이브 샤프트(Drive Shaft)’와 이를 바퀴에 연결하는 ‘휠 베어링(Wheel Bearing)’을 하나로 통합해 강성은 높이고 중량은 낮추는 기술이다. 베어링 직경도 키워 차량의 승차감과 핸들링을 향상시키고, 소음과 진동을 저감시켜준다.

이와 함께 E-GMP는 탑승객과 배터리 안전을 위한 신기술이 다양하게 적용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우선 차량 전방의 충돌 에너지 흡수구간은 차체와 섀시 등 구조물의 효과적인 변형을 유도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시보드 앞부분인 하중 지지구간은 보강구조로 PE 시스템과 고전압 배터리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했다. 또 차량 하단의 고전압 배터리의 보호구간은 초고장력강으로 충돌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탑승객 보호공간인 승객실은 변형을 억제하기 위해서 A필러에 하중 분산구조를 적용하고 배터리 전방과 주변부에는 핫스탬핑 부재를 보강했다. 배터리 케이스의 중앙부도 차체에 견고하게 밀착시켜 충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E-GMP는 미래 전동화 모빌리티에 적합한 혁신적인 디자인과 공간도 제공한다.

짧은 오버행(차량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 거리), 길어진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차축간 거리)로 개성 있는 디자인이 가능하며 날씬해진 콕핏(운전석의 대시보드 부품 모듈)은 탑승공간을 확장시킨다. 더불어 이처럼 길어진 휠베이스는 승차감과 주행안정성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또 내연기관 플랫폼에서는 필수적이었던 차체 바닥의 센터터널을 없애고 배터리를 중앙 하단에 배치하면서 실내 바닥이 편평해져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됐다. 우선 후석 승객공간이 넓어졌고 차종에 따라 다양한 전후 시트 배치가 가능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적용 후륜모터 시스템.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적용 후륜모터 시스템.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E-GMP에 차세대 전기차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모터와 감속기, 전력변환을 위한 인버터와 배터리 등의 신규 PE 시스템을 탑재한다.

E-GMP의 PE 시스템은 넓은 공간 확보와 중량 절감을 위해 크기와 무게를 줄였고 부품 간 에너지 전달 손실을 낮춰 성능과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렸으며 800V 고전압 시스템으로 충전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우선 구동에 필요한 모터, 동력을 차량에 필요한 토크와 속도로 변환해 전달하는 감속기, 전력을 변환해 모터의 토크를 제어하는 인버터를 일체화했다.

또 모터의 최고 속도를 기존 대비 30~70% 높이고 감속비를 33% 높여 모터 사이즈를 줄이고 경량화를 통한 효율 개선까지 실현했다.

더불어 E-GMP는 차급과 주행거리, 소비자의 생활방식에 따라 가변적인 선택이 가능하도록 전용 전기차에 최적화된 표준화 배터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모든 차량에는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 셀로 구성된 표준화된 단일 배터리 모듈이 탑재될 예정이다. 이러한 표준화 모듈을 바탕으로 기본형과 항속형 등 모듈 탑재 개수에 따라 다양한 배터리 팩 구성을 할 수 있다.

후륜 모터시스템의 인버터 파워모듈에는 기존의 실리콘 전력반도체 대비 성능이 뛰어난 실리콘 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를 적용해 효율은 2~3%, 주행거리는 5% 내외로 향상시켜 동일한 양의 배터리로 더 장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실리콘 전력반도체는 고효율 신소재인 탄화규소를 이용해 전력을 변환·처리·제어하는 전력반도체다. 이는 기존에 대부분 사용되고 있던 실리콘(Si) 전력반도체 대비 강도와 열전도율이 높고 에너지 손실이 적어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부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적용 전륜모터 시스템.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적용 전륜모터 시스템.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또 E-GMP는 후륜 구동 2륜구동(2WD) 방식이 기본이며 트림에 따라 전륜 모터를 추가해 4륜구동(4WD)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전기차 모델 처음으로 모터와 구동축을 주행상황에 따라 분리하거나 연결할 수 있는 ‘감속기 디스커넥터(EV Transmission Disconnector, 동력 분리장치)’를 탑재해 2WD와 4WD 구동 방식을 자유롭게 전환해 불필요한 동력손실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E-GMP는 충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과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400V/800V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이 적용됐다.

아직까지 국내외 대다수 급속 충전 인프라는 400V 충전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를 위한 50~150kW급 충전기가 대부분이나 최근에는 빠른 충전을 위해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를 위한 350kW급 초고속 충전 인프라가 설치되고 있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추세에 맞춰 국내의 경우 한국도로공사와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 구축 협약’을 맺고 전국 12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350킬로와트(kW)급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초고속 충전기 인프라를 빠르게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전기차 선진 시장인 유럽에서는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업체 아이오니티(IONITY)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아이오니티는 유럽 전역에 현재 308개의 초고속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고 건설 중인 51개소를 포함해 오는 2022년까지 총 400개의 초고속 충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적용 배터리 모듈.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적용 배터리 모듈. (사진=현대자동차그룹)

E-GMP는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초고속 충전기로 충전 시 18분 내 80% 충전이 가능하며 1회 완충으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또 5분의 충전만으로도 약 100㎞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

더불어 E-GMP는 별도의 부품 없이 초고속 충전기와 기존 급속충전기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은 세계 처음으로 E-GMP에 적용된 특허 기술로 차량의 구동용 모터와 인버터를 활용해 인프라에서 공급되는 400V 전압을 차량 시스템에 최적화된 800V로 승압해 안정적인 충전호환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E-GMP는 통합 충전 시스템(ICCU)과 차량 충전관리 시스템(VCMS)을 통해 별도의 추가 장치 없이도 일반 전원(110V/220V)을 차량 외부로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을 갖췄다.

ICCU는 차량에 있는 고전압 배터리와 보조배터리 모두 충전이 가능하도록 새롭게 개발된 현대차그룹의 통합 충전 시스템이다.

새롭게 개발된 V2L 기술은 일반주택의 공급 계약전력인 3kW보다 큰 3.5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배터리 용량에 따라 17평형 에어컨과 55인치 TV를 동시에 약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서울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오는 12월3일부터 열흘간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플랫폼, PE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전시물을 공개하는 팝업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은 “현대차그룹이 앞서 선보였던 전기차들은 뛰어난 효율로 고객들의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통해 기존의 우수한 효율성에 더해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차급까지 그 기술 리더십을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