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생활용품‘정병과 관음신앙’展
불교 생활용품‘정병과 관음신앙’展
  • 용은주기자
  • 승인 2009.06.23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박물관, 10월11일까지 미술관Ⅱ 백자실서
국립중앙박물관은 불교 생활용품인 정병을 조명하는 ‘정병과 관음신앙’ 전을 연다.

정병은 부처나 보살에게 바치는 맑은 물을 담는 물병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물병과 달리 물을 담는 주구(注口)와 물을 따르는 첨대(尖臺)로 이뤄진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중국 북송의 서긍(徐兢)이 1123년 고려를 방문한 후 저술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는 이러한 형태의 물병을 ‘정병’으로 기록돼 있다.

원래 인도에서 정병은 수행생활을 하는 승려가 마실 물을 담던 수행도구의 하나였다.

5세기 초 관음보살이 버드나무가지와 맑은 물을 중생에게 받은 뒤 그들의 병을 치료해 주었다는 내용이 실린 ‘청관세음경’(請觀世音經)이 중국에 알려지면서 정병은 승려의 생활용기에서 불교의 의식구(儀式具)로 그 의미와 기능을 확장한다.

이후 정병과 버드나무가지를 들고 있는 ‘양류관음보살상’도 나타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정병은 주로 고려시대에 제작됐다.

금속기뿐 아니라 도자기로도 많이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금속제 정병에는 문양이 없지만, 문양이 표현된 경우에는 ‘입사(入絲)기법’을 이용해 물가의 풍경을 묘사한 ‘포류수금문’(蒲柳水禽文)이 나타난다.

전시는 정병이 가진 공예적인 특징과 종교적인 성격을 규명한다.

특히 고려시대 금속기와 도자기 정병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첫 번째 전시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고려시대 금속공예품을 대표하는 ‘물가풍경 무늬 정병’(국보 92호), ‘청자 물가풍경 무늬 정병’(보물 344호) 등 10여 점의 정병을 공개한다.

같은 시대에 제작된 같은 기형(器形)의 공예품이 재질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지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다.

또 정병이 어떤 과정을 거쳐 관음신앙에 수용됐는지 알 수 있는 삼국시대 ‘관음보살’(국보 127호)과 금으로 만든 2.6㎝ 크기의 조그마한 고려시대 보살상도 함께 전시된다.

23일부터 10월11일까지 미술관Ⅱ 백자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