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격의 코스피와 형세판단
[기자수첩] 진격의 코스피와 형세판단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11.29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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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증시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인 가운데 코스피도 상승 탄력을 받아 '박스피'라는 별명를 벗고 있다. 한 나라의 화폐가 국부를 측정하고 신뢰도를 보여주는 수단이듯 증시 상승의 의미는 국내 우수 기업들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국력 상승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수는 이달 들어 15% 넘게 올랐다. 지난 5거래일 중 1거래일 제외하고 모두 상승해 결과적으로는 지난 27일 2633.45 신고점으로 한 주를 마감했다. 1980년 시가총액을 100으로 치니 26배가 오른 상황이다. 앞으로 3000선을 넘을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보인다. 

시총을 보면 부의 증가가 실감난다. 코스피 시총은 지난해 말 약 1476조원에서 지난주 1700조원대, 전일 종가 기준 1808조원이 됐다. 코스닥도 지난 25일 기준 344조9842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세계 1위 규모인 뉴욕증시가 21조달러 정도, 2위인 나스닥은 16조달러 수준이다. 이렇게 3대 지수를 합치면 시총은 37조4800억달러(약 4경1415조원)로 GDP 대비 179%를 조금 넘는다. 미국 GDP가 전체 시총보다 컸던 마지막 해는 지난 2012년이었다. 지난주 코스피와 코스닥 합산 시총은 2150조원 정도가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조5868억달러(약 1757조3810억원)의 120%를 웃돈다. 

증시의 온도는 1년 전보다 부쩍 늘어난 주식 거래량과 거래대금 등으로도 체감할 수 있다. 5일 평균 거래량이 지난해 말 5억주에서 지난주 13억~14억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예탁금 회전율(거래대금을 예탁금으로 나눈값의 백분율)도 지난해 말 27.75%에서 지난 25일 64.72%까지 올랐다. 거래대금도 지난 25일 21조7958억원, 코스닥이 18조995억원으로 합산 39조8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1위를 새로 썼다. 지난해 말 코스피 4조1136억원, 코스닥 3조7994억원과 비교하면 역시 3배 이상 증가했다.

일부 거래대금의 출처가 가계대출이라는 설은 유력하다. 우리나라의 올해 3분기 가계소득 중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1년 전보다 1%가량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가계대출만 1682조원으로 7%나 늘었다. 이를 고려하면 지수 상승은 국민 경제에 이롭다. 다만, 강세장을 바라보는 한 켠에서의 우려도 깊다.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고도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왕양의 환율전쟁을 보면 전국시대 저서 '관자'에는 "화폐가 중하면 만물이 가볍고, 화폐가 가벼우면 만물이 무겁다"는 구절이 있다. 지금 상황은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상품 가치가 높아진다는 후자다. 동시에 주식을 화폐처럼 믿는 사람도 많아진 형세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