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주 내 낙태 허용'… 여성계 vs 보수·종교계 갈등에도 정치권 방관
'24주 내 낙태 허용'… 여성계 vs 보수·종교계 갈등에도 정치권 방관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1.2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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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임신 24주까지 낙태 허용' 법안 국무회의 의결
변협·진보정당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악법" 힐난
낙태죄 폐지 대체 입법 8건 불과… 여야는 정쟁 몰두
지난 15일 대학생 연합 페미니즘 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소속 '낙태죄는 역사속으로 TF팀' 주최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가 팻말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같은 날 자유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낙태죄 유지를 촉구하며 맞불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대학생 연합 페미니즘 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소속 '낙태죄는 역사속으로 TF팀' 주최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가 팻말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같은 날 자유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낙태죄 유지를 촉구하며 맞불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임신 후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여성계와 보수·종교계 갈등은 더욱 심화할 분위기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극심한 진통이 불가피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다른 현안에만 몰두하고 있다.

24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정부가 낙태죄 폐지에 따른 대체 법안을 낸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날 여성이나 낙태 수술을 진행한 의사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269·270조에 대한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가결했다.

해당 법안은 임신 14주 안에는 여성이 자기 결정에 따라 의사에게 의학적 방법으로 낙태하면 일정한 사유나 상담이 없어도 처벌하지 않는다. 또 임신 15~24주 안에는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근친으로 인한 임신, 임부의 건강, 사회·경제적 이유 등을 고려해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다. 사회·경제적 이유일 때는 임신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을 받고, 24시간 숙려기간을 가진 후 시행 가능하다.

이를 두고 변협 등은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입법 예고안에 대해 "악법"이라고 규정하면서 폐지를 피력했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 판결 후 정부와 국회는 낙태죄 폐지에 대한 사회적 갈등과 대안 입법에 대해선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정쟁 사안에 몰두하면서 지지부진했고, 올해 10월에 들어서야 법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폐지를 두 달 앞두고 부랴부랴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내세운 법안은 8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한 개는 정부, 두 개는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세 개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발의했다. 국민의힘에선 조해진 의원이 대표로 두 개를 발의했다.

특히 조 의원의 개정안은 낙태 허용 여부 기준을 '10주'로 설정했다. 태아의 심박동을 시점을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수·종교계 목소리를 담아 나름의 타협안을 제시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국회 앞에선 낙태죄 폐지 반대 목소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낙태죄 개정안은 강간·준강간 범죄로 임신한 태아를 지우는 것과 사회·경제적 이유로 태아를 없애는 경우를 법적으로 동일하게 본다는 것에서 문제를 낳고 있다. 범죄로 임신한 태아와 소득 불충분에도 부모의 무책임으로 만들어진 태아를 동일하게 규정한 것은 법익균형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헌재가 주문한 낙태죄 폐지 대안 입법 마련 시한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는 다음달 31일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