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기자수첩]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11.18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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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봤던 TV 시트콤 한 편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대학생이던 남자 주인공이 친구에게 돈을 빌려 주식을 샀다가 빈털터리가 되는 내용이었다.

우연히 주식에 손을 댔다가 재미를 본 주인공은 대박을 꿈꿨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식을 통해 번 돈을 모두 잃고,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종목 찍기에 실패한 주인공은 빚더미에 앉아 괴로워했다.

주인공이 거래소 전광판을 바라보며 어느 날은 환호했다가 어느 날은 좌절하는 장면들이 아직도 희미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희미한 기억과는 달리 이 시트콤이 어린 시절 기자의 머릿속에 아로새긴 '주식은 위험하다'라는 메시지는 오래도록 분명했다. 그 이후에도 주식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들과 뉴스를 접했을 뿐 제대로 된 투자 교육을 받지 못한 기자는 성인이 돼서도 주식 투자는 남의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주식 시장이 변하고 있고, 나도 변화를 겪고 있다. 아니 좀 더 크게 우리나라 금융 투자 시장 자체가 큰 변화의 시기에 놓였다고 볼 수 있겠다.

코로나19로 폭락했던 주식 시장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투자자들을 불러 모았다. 특수한 상황에서 폭락한 주가가 언젠가는 회복할 거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 예적금의 매력도가 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유동성은 풍부한데 우리나라의 대표적 투자 자산인 부동산이 규제로 묶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저런 이유로 국내 증시는 호황을 맞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기 전이지만, 기자도 1년 전쯤 주식 계좌를 텄다. 기자의 아내도 며칠 전 생애 첫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초등학생 아이에게도 용돈 대신 주식을 사줘 볼까 생각 중이다.

도박판 취급하던 선입견을 버리고 주식 시장의 본질을 보기로 했다. 일확천금 요행을 바라는 게 아니라 기업과 우리 경제의 미래에 투자해보기로 했다.

시트콤 속 주인공이 보여준 사례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였다. 투기는 장기적으로 사람들을 주식 시장에서 떠나게 하고, 새로운 투자 수요가 유입되는 것도 막는다.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빚을 내 무리한 투자에 나선 이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은 시장에도 부담이다.

어쨌든 우리 주식 시장은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기회의 핵심은 유입 자금의 크기가 아니라 '관심'의 크기다. 그리고, 지금의 관심이 향해야 할 곳은 투기가 아닌 투자여야 한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