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비둘기를 보며
[e-런저런] 비둘기를 보며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11.17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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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길을 가다 비둘기 떼의 습격(?)을 당했다. 길을 가던 중 비둘기 열댓 마리가 동시에 날아오르는 바람에 이들이 날면서 뿜은 먼지를 그대로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휴대전화 보는 것에 집중하면서 걷다가 비둘기 떼가 있는 것을 모르고 지나쳤던 게 화근이었다.

“도로 한복판에 무슨 비둘기 떼야!”하며 고개를 돌려보니 뻥튀기 노점상이 포착됐다. 뻥튀기를 튀다 떨어진 부스러기를 먹으러 비둘기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기자는 그 사실을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행동을 탄식하는 한편 먼지를 선사한 비둘기에 울분을 토했다. 순간 약이 올라 욱해서 한 마리씩 잡아다가 패대기라도 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구시렁대며 자리를 뜨는 것뿐이었다. 열을 내며 이 일화를 전하니 지인은 “비둘기 너무 미워하지 마라”며 진정을 권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본 비둘기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디로 들어왔는지 승강장에 비둘기 한 마리가 나타났단다. 그것은 지하철이 오자 유유히 걸어 탑승했고 노인 좌석으로 가 점프를 해 앉았다. 마치 사람처럼 말이다.

그리고 두 정거장을 지나서 내렸다. 그 모습은 또 마치 그 역 근처에 정말 볼일이 있어 내리는 사람인 듯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사람도 아닌 게 사람처럼 행동하는 게 너무 귀여웠더란다.

다행인 건 비둘기가 지하철을 타고 내리기까지 아무도 비둘기에게 내쫓는 등 해코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홧김에 언급한 기자의 비둘기 없애기 발언에 지인은 비둘기를 보며 훈훈함을 느꼈던 사례를 들려주며 화를 달래고자 한 듯했다. 

그 말을 들으니 비둘기에 대한 순간 욱했던 마음이 사그라들었고 “내가 너무 오버했나”하며 오히려 머쓱함이 밀려왔다. 또 화를 돋운 대상이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 됐다는 것에 “내가 너무 편협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화 서두는 비둘기 흉이 주를 이뤘으나, 결국 날아오른 비둘기는 잘못이 없었고 예민함이 문제였다는 것으로 갈무리됐다.

과한 해석과 편협한 생각은 비단 비둘기한테만 해당되는 건 아닐테다. 예민함이 능력일 수도 있지만 문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단다.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더라도 침착함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 비둘기를 보며 또다시 든 깨달음을 모두가 한 번쯤은 상기해 봤으면 한다.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