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알코올 없는 맥주'…무알코올 vs 비알코올 경쟁
판 커진 '알코올 없는 맥주'…무알코올 vs 비알코올 경쟁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11.17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주부담 없고 홈술·혼술 확산, 건강 트렌드로 7년새 11배↑
하이트진로 독주 속 롯데칠성 추격, 오비맥주·칭따오 동참
4강 체제 '춘추전국시대'…관련시장 2000억원대 성장 관측
국내에 시판 중인 주요 무알코올맥주 제품들. (사진 왼쪽부터) 하이트제로0.00,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카스제로, 칭따오 논알콜릭. (제공=각 사)
국내에 시판 중인 주요 무알코올맥주 제품들. (사진 왼쪽부터) 하이트제로0.00,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카스제로, 칭따오 논알콜릭. (제공=각 사)

국내 무알코올맥주시장은 혼술·홈술 문화 확산과 건강 트렌드로 높아진 저도주 니즈(Needs)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가 주도권을 쥐고 롯데칠성음료가 추격하는 가운데, 최근 오비맥주와 칭따오가 뛰어들면서 무알코올맥주 경쟁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은 알코올이 전혀 없는 ‘무알코올’로 부담 없는 음용을 강조한 반면, 오비맥주와 칭따오는 맥주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극소량의 알코올이 첨가된 ‘비알코올’을 표방하고 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은 그만큼 확대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알코올맥주시장은 주류업체들이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잇달아 뛰어들며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세법상 알코올 함량 1% 미만일 경우, 무알코올음료에 해당된다. 이 범주에 들어가는 무알코올맥주는 알코올이 전혀 없는 ‘무알코올(Alcohol Free)’과 1% 미만 알코올이 들어간 ‘비알코올(Non Alcoholic)’로 구분된다. 무알코올맥주는 일반 주류보다 가격은 20~30% 저렴하면서도 통신 판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2012년 하이트진로음료가 무알코올맥주시장 포문을 연 이후 2017년 롯데칠성음료가 동참했고, 최근 오비맥주와 비어케이의 칭따오가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하이트진로음료가 2012년 11월 내놓은 ‘하이트제로0.00’은 무알코올 맥주다. 출시 당시 매출은 10억원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저도주 인기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가운데,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혼술, 홈술 확산과 건강 이슈로 관련 매출은 급증했다. 올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791만캔으로 전년 동기보다 33% 늘었다. 지난해 판매량(767만캔)도 넘어섰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지난해 무알코올음료 시장규모는 150억원 가량 추산되는데, 출시 초기와 비교해 11배 성장했다”며 “올해는 코로나19 이슈에 따른 건강·다이어트 등의 이유로 알코올과 칼로리 부담이 적은 무알코올맥주에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더욱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후발업체들의 등장에 지금과 같은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무알코올음료시장은 3~5년 내 2000억원대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도 무알코올을 표방한다. 농축 맥아 엑기스에 100% 유럽산 홉을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하는 등 오리지널 클라우드 맥주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알코올이 전혀 없어 클라우드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패키지 디자인을 리뉴얼하며 마케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올 10월까지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가량 증가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올 들어 쿠팡·칠성몰·롯데ON 등 온라인 채널에서 박스 단위의 대용량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와 칭따오는 도수 0.05% 미만의 비알코올 맥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오비맥주는 지난달부터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카스 0.0(제로)’ 판매를 개시하고, 이달에는 시음행사까지 열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카스 제로는 일반 맥주와 같은 원료를 사용하고 동일한 발효·숙성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 여과 단계에서 알코올만 추출해 맥주 풍미를 최대한 유지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 브랜드를 론칭하기보다는 국내 맥주 1위 ‘카스’의 하위 카테고리로서의 전략을 택했는데, 이는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을 재빠르게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류수입업체 비어케이도 앞서 6월 ‘칭따오 논알콜릭’을 출시했다. 칭따오 오리지널 맥주 양조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되, 마지막 여과단계에서 알코올만 제거했다. 그러면서도 기존 라거 맥주보다 2배 이상의 몰트를 첨가해 맥주 본연의 맛을 고스란히 살렸다. 

한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은 오비맥주와 칭따오의 동참으로 관련시장이 커지는 것에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소 경계하는 눈치다. 주세법상 비알코올맥주는 0.0%로 표기 가능하지만, 알코올이 들어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카스 제로·칭따오 논알콜릭 등 비알코올맥주와 차별화하고 있다. 

실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은 무알코올맥주 중에는 0.05%가량의 알코올이 함유한 제품이 있어 알코올에 민감한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식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