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군가는 과도기를 견뎌야 하기에
[기자수첩] 누군가는 과도기를 견뎌야 하기에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0.11.17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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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학창시절은 늘 과도기였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교육과정이 바뀌었다. 수학1에서 미분·적분이 없어졌다. 그 여파는 대학교 전공 시간으로 이어졌다. 경제학 교수들은 미분·적분을 모르는 학생들에 어리둥절했다. 학생들 역시 첫 수업부터 당황스러웠다.

고2 때는 수능이 500점 만점으로 바뀌었다. 기존 400점 만점에서 나왔던 인서울 커트라인은 무용지물이 됐다. 인문계에서는 수학 포기, 사회탐구 과목 선택 등에서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다. 그해 겨울에는 소신지원이냐 하향지원이냐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펼쳐졌다.

과도기는 괴롭다. 지금까지와 다른 내일은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 적어도 수능 세대라면 이런 입시 과도기와 그에 따른 불안은 남의 일이 아닐 테다. 그래도 다들 저마다의 방법으로 불안을 견뎌내며 과도기를 지나 '졸업'을 맞았다.

최근 한국 사회에는 이보다 거대한 과도기가 찾아왔다. 부동산 얘기다. 고도성장기를 지나며 한국 사회의 신화가 된 부동산에 맞서는 정부의 노력은 3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0여년 이상 굳건하게 버텨온 신화는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되레 시장은 정부 정책의 허점을 파고들었고, 풍선효과와 전세난이 펼쳐지고 있다.

앞서 현 정부 들어 있었던 2차례의 부동산 가격 폭등은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그렇게 2030은 '영끌'에 나서며 날뛰는 부동산에 올라탔다. 정부의 규제가 이어질수록 부동산 컨설팅은 성황을 이뤘다. 잘 나가는 부동산 컨설팅 강사가 서울지역에서 저평가된 아파트를 찍자마자 사람들은 바로 반응하며 거래가를 끌어올렸다. 지나친 거래가 상승으로 인한 거래절벽을 걱정하는 일선 중개사들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이번에는 임대차 3법 도입과 민간 매입 임대제도의 사실상 폐지 등 급격한 시장 구조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좀 과도기가 길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도기이니 부작용과 문제가 따르는 건 당연할 수 있겠다. 시장은 행정보다 재빠르고 허점을 놓치지 않는다. 중장기에 집중된 정부의 공급정책은 시장에 허점을 보였다.

지금은 추가적인 단기 안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거시적인 중장기 균형이라는 이상이 아무리 좋은 방안이더라도 과도기에 일어나는 단기 충격에 정부가 손 놓아서는 안 된다. 정부의 존재 의의인 국민 누군가는 이 과도기를 온몸으로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입시 과도기를 개인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견뎌내온 것과는 다른 문제다. 졸업이라는 출구는 더 이상 없다. 오로지 정부만이 이 과도기의 혼란에서 국민을 위한 출구를 만들 수 있다.

south@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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