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위기를 기회로…아시아나 인수 공식 추진
조원태 회장, 위기를 기회로…아시아나 인수 공식 추진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11.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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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억원 투자받고 2조5000억원 유상증자로 인수대금 마련
코로나19 이후 항공 산업 경영정상화 불확실성 인수 배경 작용
"수송보국 창업이념 충실한 수행이 우리의 시대적 사명이라 생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세계 10위 수준의 항공사를 거느리게 된다. 또 조 회장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1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산경장)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총 1조8000억원으로 내년 초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대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대한항공 최대주주인 한진칼은 산업은행과 계약에 따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의 투자를 받아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산은은 사태의 긴급성을 고려해 8000억원을 미리 대한항공에 대여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8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 영구전환사채 3000억원을 인수하고 신주인수대금 1조5000억원에 대한 계약금 3000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산은이 한진칼에 출자하는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한항공에 대한 한진칼의 지분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지주사 체제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국내 1, 2위 항공사가 ‘한 지붕’ 아래 놓여 글로벌 톱10 항공사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산업 구조재편으로 근본 경쟁력 확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국내 국적항공사의 경영 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인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결정한 주요 이유로 코로나19에 따른 고사 직전의 국내 항공산업의 조속한 안정화를 꼽았다. 또 항공산업의 구조재편을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도 거래 성사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게 한진그룹의 설명이다.

항공업계는 현재 항공 산업의 위기를 고려할 때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이외에도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와 항공 관련 업체를 포함한 항공 산업 전반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산업은행의 국적항공사 통합 추진 결정의 밑바탕에는 글로벌 항공산업 경쟁 심화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 구조재편 등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노력 없이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국내 국적항공사의 경영 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지난 20년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국가, 항공사 규모를 불문하고 규모의 경제를 위해 항공사 통·폐합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미국, 중국, 일본 등 인구 1억명 이상의 국가와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가 ‘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로 재편됐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일본, 미국, 중국 등에서 항공사간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진그룹은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항공업계가 초유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이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국내 항공 산업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사 통합으로 다양한 시너지 효과

한진그룹은 양사의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면 노선 운영 합리화, 원가 절감 등을 통해 항공 산업 경쟁력을 더욱 제고할 수 있다.

또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의 슬롯(항공기 이·착륙 허용능력)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항공사와 조인트벤처(JV; Joint Venture)를 확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 환승 수요를 유치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노선과 일정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연결편 개선, 마일리지 통합사용 등으로 편익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인천공항의 여객과 화물의 연결 네트워크가 강화돼 허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LCC 3사의 단계적인 통합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국내 LCC 시장 재편과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한 두 번째 허브(Second Hub) 구축과 통합 후 여유 기재를 활용한 지방공항 출·도착 노선 확장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양사의 정비물량 확보로 해외 외주정비의 내수 전환을 통해 국부유출을 방지하고 정비·부품수주·훈련 등 MRO 산업의 체계적인 육성과 관련 산업 발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특히 양사의 통합은 세계 10위 항공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간한 ‘세계 항공 운송 통계 2020’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여객 RPK 기준 세계 항공사 순위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8위, 32위를 차지했다. RPK는 항공편당 유상승객 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것이다.

국제 여객 수송 인원수 기준으로는 대한항공이 19위, 아시아나항공이 36위다. 양사의 국제 여객 수송 인원수를 합하면 10위가 된다.

◇KCGI 반발…산은 “건전경영 감시 역할 수행 계획”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조현아, 반도건설의 3자연합과 경영권을 두고 대립하는 조원태 회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진칼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는 산은이 조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KCGI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앞서 KCGI는 “부채비율이 108%에 부과한 정상 기업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있는 대한항공 항공기(앞)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있는 대한항공 항공기(앞)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뒤). 사진=연합뉴스)

KCGI는 한진칼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가처분 신청과 함께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 제기 등 법률적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CGI의 이러한 반발에 산은은 “단일 국적 항공사가 지니게 될 국가 경제와 국민 편익·안전 측면에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양사 통합 작업이 원활히 이행할 수 있도록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주로서 한진그룹은 책임 경영을, 산업은행은 건전경영 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원태 회장 “대한민국 위상 높이고 국가경제 기여할 것”

조원태 회장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인수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부담이 있었지만 ‘수송으로 국가에 기여한다’는 한진그룹의 창업이념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저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합 이후 무엇보다 양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것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양사 임직원들이 모든 처우와 복지를 차별없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모두 대한민국의 하늘을 책임진다는 사명 아래 한 가족임을 기억하며 포용하고 화합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그간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저희 가족을 대표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통합작업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해 국민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