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을 만지면서 손끝마다 이야기 담는다”
“금속을 만지면서 손끝마다 이야기 담는다”
  • 용은주기자
  • 승인 2009.06.18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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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금속 조각이 건네는 이야기… 조각가 이상길 展
금속 조각이 경쾌하고 발랄하다.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손이 닿는 순간 금속은 자신도 몰랐던 감각과 향기를 얻는다.

조각가 이상길(45)이 매만진 금속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원래의 몸은 무겁고 육중해 말이 없다.

이상길의 손길이 닿는 순간 조형의 언어를 새롭게 구성한다.

곡선과 각으로 이뤄진 금속은 주변 빛의 질감을 끌어안으며 반사와 굴절을 통해 자신을 뽐낸다.

“금속을 매마지면서 손끝마다 이야기를 담는다.

금속의 면과 선, 각도마다 여러 가지 상념을 집어넣는다.

금속이 주는 느낌을 내 생각과 혼합해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 24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 설치할 작품은 하트형상과 구(球) 등 다양한 기하학적 형태를 상호 겹침의 조형언어로 만들었다.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 대리석, 오브제(병, 캐릭터 모형) 등이 사용됐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이상길의 생각을 대변한다.

이 재질의 작품은 표면이 반사되는 특징이 있다.

관람객은 자신의 모습이 작품 표면에 그대로 투영됨을 느낄 수 있다.

다시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과 교감을 나누면 이상길의 작품은 완성된다.

이야기를 담은 작가와 그 이야기를 품고 있는 스테인리스,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는 관객이 공감할 때 커다란 이야기가 완결된다.

‘콘택트-인 유어 하트 & 투게더(Contact-In your heart & Together)’, 전시의 주제는 이렇게 귀결된다.

금속(스테인리스 스틸)이나 돌(대리석) 등의 재료는 차가운 속성을 지녔다.

이상길 작품에 사용되는 금속과 돌은 더 없이 따뜻한 기운과 감성을 전하다.

단지, 보여주고 보이는 관계가 아니라 접속의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 형태의 흥미로운 요소는 작품 표면의 함몰이다.

마치 둥근 행성에 군데군데 깊은 분화구가 생긴 모양새다.

미지의 세계와 교감을 나누고자 구의 중심을 향해 구덩이를 파 들어간 느낌이다.

이상길은 간절한 소통을 염원한다.

“스테인리스를 사용한 것은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구멍과 스크래치를 내거나 반투명으로 만들면 다양한 느낌을 만들 수 있다.

작업의 과정과 완성, 전시에 이르기까지 순간순간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한다.

” 이상길은 새로운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조형적 언어를 탐색해 왔다.

조각에 환영과 신화, 육체 등의 감각을 부여해 의미를 생성해냈다.

도시 속 우리는 온통 차가운 금속과 돌 사이에서 부대끼며 침묵한 채 살아간다.

7월4일까지는 잠시나마 인간적인 금속과 돌 사이에서 경쾌한 소통을 느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