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도저식' 집짓기에 갈등만… 여야는 '공시가 현실화' 집중
정부 '불도저식' 집짓기에 갈등만… 여야는 '공시가 현실화' 집중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1.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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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구 묵동 지역민, 청년임대주택 추가 건립 반대… 촛불집회까지
근방 청년주택 합치면 2000가구 돌파… '학군·유흥가' 등 문제 우려
정치권은 임대차 3법 후 공수 전환… 공시가 현실화에 몰두 모양새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최근 서울 중랑구의 한 기초의원은 지역민으로 구성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청년주택 추가 건립'을 반대하는 집회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청년 주거 마련이 시급하지만, 지역 나름의 반대 이유도 있었다.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밀어붙이기식 부동산 공급 정책이 지역과 세대 간 갈등만 야기하는 모양새다. 정책 시행 전 충분치 못한 시뮬레이션(모형실험)과 지역 사안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전세난 심화와 집값 상승은 지방으로까지 퍼지면서 여야 공수는 뒤바뀌었고, 또다시 입법 전쟁이 다시 격화할 조짐이다.

◇"학군 망친다" vs "치사해서 안 살아"

앞서 서울특별시는 고 박원순 시장 체제 때인 지난 2018년 중랑구 먹골역 일대에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박 전 시장이 2016년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정책을 발표한 뒤 2017년부터 역세권에 청년 가구 우선의 임대주택을 짓는 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특히 이곳은 박 전 시장과 친밀했던 것으로 알려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류경기 중랑구청장의 지역구다. 박 의원은 박 전 시장 장례 때 상주 역할까지 맡은 바 있고, 류 구청장은 박 전 시장 체제에서 행정1부시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2018년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정국 때는 선거 유세를 시작하자 박 전 시장은 가장 먼저 중랑구를 찾기도 했다.

최근 이 지역에서 200m 떨어진 묵동 8번지 일대에 청년주택을 추가 건립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먹골역 앞에선 이미 235가구 규모의 청년임대주택을 짓고 있는데, 1230가구가 또 들어서는 것이다. 인근 태릉입구역에도 754가구의 청년임대주택이 올라가면서 이 근방에는 3개의 청년 주거 공간이 생긴다. 2210가구다.

먹골역 근방은 애당초 원룸이 많았기 때문에 장기 거주하지 않는 청년임대주택이 늘어나면 유흥가로 전락할 것으로 지역은 우려하고 있다. 나아가 학군까지 망가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민은 교통·치안·교육·주거환경 인프라(시설)를 하나도 갖추지 않고 일단 짓고 보자는 정부와 지자체 정책을 맹비난하고 있다. 오는 14일에는 집회를 예고하기도 했다.

주민이 요구하는 방안은 신혼부부용 주거지를 중심으로 300세대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또 도서관과 체육시설, 아동·청소년 시설, 문화시설, 학원가 조성, 도로 확장, 가구당 1대 이상 자주식 주차 공간 확보도 주문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청년임대주택 추가 건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민원이 들어왔다. 구의회 역시 '묵1동 165번지 상업지역에 청년주택 건립 반대를 위한 결의안'을 최근에 의결했다.

이를 대표 발의한 구의원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먹골역 일대에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으로의 용도지역 상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묵동 165번지 상업지역에 청년주택 건립 추진은 중랑구의 미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로 규정해야 한다"고 부각했다. 또 "중랑구 경제발전을 위해 청년주택 건립 계획을 철회하고 새로운 사업계획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강경한 입장에 대해 청년의 상심도 상당한 모양새다. 지역의 한 청년은 "선거 때가 되면 '청년의 도시'라고 다른 소리할 것이 분명하다"고 비난하면서 "중랑구에서 거주하라고 해도 하지 않겠다"고 불쾌감을 피력했다.

일각에선 청년임대주택 추가 건립 반대를 기존 원룸 주인들이 생계 위협과 높은 공실률을 걱정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혼란 가중하자 '공시가'부터 손 보는 여야

여야는 갈등 중재보다 집값 잡기에 우선 몰두하는 모양새다. 특히 정부가 오는 2023년까지 공시가 현실화율을 90%로 높이고 공시가 6억원 이하 공동주택에 대한 재산세는 0.05%포인트 감면하는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자 야당은 나섰다.

국민의힘 부동산시장 정상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송석준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상적인 부동산 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한 새로운 목표과 대책을 제시하겠다"며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를 최대 절반까지 깎아주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같은 당 유경준 의원 역시 공시가 현실화율을 위해 공시가격 인상폭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의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배준영 의원도 지난달 31일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조정할 때 반드시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한다는 내용의 부동산 가격공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시가격 조정 계획을 수립한 경우 관계 행정기관과 협의를 통해 공청회를 열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다.

반면 여당은 정부의 기존 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하는 입법으로 야당에 맞서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임대차 계약 기간을 기존 '2+2'에서 '3+3'으로 연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지난 3일 내놨다. 같은 당 황희 의원도 지분적립형 주택을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과 주거 안정 방안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진성준 의원의 경우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을 위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이같은 법안에 대해 부동산 시장은 비관적이다. 당론이나 정책 기조와 다른 목소리와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혼란이 심화하자 민주당에선 김태년 원내대표가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최근 비공개 온라인 의원총회에서 "법안을 발의할 때 사회적 쟁점이 되거나 파장이 큰 법안과 예산이 상당하게 필요한 법안의 경우에는 사전에 정책위원회와 충분히 논의하고 조율해달라"고 주문했다. 김 원내대표가 특정 법안을 언급하지 않아 부동산과 경제 정책 등 모든 것에 대한 지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