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택배기사 하루 작업 시간 설정·주 5일 근무 유도' 추진
정부, '택배기사 하루 작업 시간 설정·주 5일 근무 유도' 추진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11.1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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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분류작업. (사진=연합뉴스)
택배 분류작업. (사진=연합뉴스)

과다업무로 인한 택배기사의 잇단 사망사고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업무량이 급증, 최근 과로로 택배기사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서둘러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택배기사의 과로를 막기 위해 택배노동자가 하루 작업 시간을 정하고, 택배기사의 토요일 휴무제를 도입하는 등 주 5일 근무제 확산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12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택배기사가 하루 작업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이 장관은 “택배사별로 상황에 맞게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고 그 한도에서 작업을 유도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택배기사 작업 조건에 대한 실태조사와 직무 분석 등을 거쳐 적정 작업시간의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주간 택배기사에 대해서는 오후 10시 이후 심야 배송을 제한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오후 10시를 배송 마감 시각으로 정하고 심야 배송이 계속될 경우 작업 체계를 조정해 적정 작업시간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후 10시부터는 업무용 앱을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노사 합의를 통해 택배기사의 토요일 휴무제를 도입해 주 5일 근무제 확산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사가 가장 크게 부딪치는 업무가 택배 분류작업이다. 택배기사들은 분류작업이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고 하지만 택배사는 업무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노사 의견 수렴으로 이 업무를 명확화,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업무 부담을 줄여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이 외 택배기사에 대한 택배사와 대리점의 불공정 관행 개선,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가입 확대 등 방안도 추진한다.

불공정 관행은 택배기사의 수수료 저하에 대한 택배사의 갑질 등을 말한다. 김 장관은 “택배기사 수수료 저하를 야기하는 홈쇼핑 등 대형 화주의 불공정 관행을 조사하고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 법규상 택배기사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14개 특고 직종에 속하나 본인이 원하지 않을 시 제외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적용을 기피하는 대리점주 등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례가 발생한 데 따라 정부는 산재보험 가입 확대를 위한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택배기사 과로 방지를 위한 정책을 제시했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정책을 추진하려면 당장 인력 충원 문제가 따르고, 또 수수료 인상은 노사 간 입장차가 커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토요일 휴무제로 물량이 월요일에 몰려 택배기사의 업무가 이중으로 늘게 돼 부담을 더 가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심야배송 제한은 이미 한진택배, 롯데택배 등이 심야 배송을 중단한 만큼 다른 업체들도 뒤따르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봤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