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9900원' 엘리온에 숨은 가치
[기자수첩] '9900원' 엘리온에 숨은 가치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11.0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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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유료화는 트래픽유입과 단기 매출을 끌어올리는 장점이 있지만, 작업장 개입으로 개인 거래 훼손 등이 단점입니다. 유료 서비스로 더욱 쾌적한 게임 플레이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달 열린 PC온라인 게임 엘리온의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김상구 카카오게임즈 본부장이 한 말이다.

엘리온은 크래프톤 개발,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 예정인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엘리온 사전예약을 진행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게임 이용권을 최소 9900원에 판매키로 한 것. 한번 구매하면 계속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바이 투 플레이(Buy To Play)’ 방식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트렌드인 부분유료화와 다른 방식으로 게임 진입에 장벽을 세워, 작업장을 막겠다는 의도다. 게임업계에서 작업장은 일종의 은어로, 다수 컴퓨터에 자동으로 캐릭터를 움직이는 불법프로그램을 설치해 게임 내 재화·아이템을 획득, 판매하는 이들을 뜻한다. 작업장은 유저들에게 아이템 공급역할을 하지만, 게임 내 경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그러나 카카오게임즈의 시도가 ‘작업장 생성’ 자체를 막기엔 힘들어 보인다. 작업장은 비용대비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떤 게임이든 진출하기 때문이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과거 리니지1~2에서 월정액 2~3만원 받던 시절에도 매달 수천 개 이상의 작업장 계정을 단속·정지 시켜왔다. 작업장을 막기 위해선 유료모델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더 중요하다.

이 같은 까닭에 카카오게임즈의 새 유료모델은 오히려 유저들을 향한 허들로 해석된다. 엘리온의 유료 패키지는 △게임 중간 재화인 ‘루비’ △경험치 획득과 활동력을 상승시키는 ‘별의 축복’, ‘세피로트의 은총’ 등으로 구성됐다. 김상구 카카오게임즈 본부장은 “동일 금액상당의 캐시 재화를 페이백 해준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부분유료 아이템 패키지의 선결제 방식을 통해 무과금 유저들의 진입을 막는 셈이다.

물론 수익을 내야하는 게임사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다만 개인적으론 게임 내 밸런스를 해치는 유료 아이템은 추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수 게이머들은 부분유료화, 자동전투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게임에 점점 흥미를 잃어간다고 호소한다. 무엇보다 현실의 재력이 온라인게임에 노골적으로 투영되면서 휴식처였던 게임은 또 다른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김 본부장이 말한 ‘쾌적한 플레이’에 ‘좀 더 쉽게 결제하고 편하게 강해지는 것’이 아닌 유저들에게 게임본연의 재미를 되돌려 준다는 가치가 담기길 희망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