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사의표명에 여당 당혹감… "무책임한 처사"
홍남기 사의표명에 여당 당혹감… "무책임한 처사"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1.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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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제가 코멘트 할 사안 아냐" 일축
기동민 "기성 정치인의 행동과 담론 여지"
양경숙 "대통령 반려해… 어떻게 할거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이 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홍 부총리가 제출한 사직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이 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홍 부총리가 제출한 사직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 여당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홍 부총리 사의 표명에 대해 "코멘트(답변)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내년도 예산과 관련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주주 요건 관련 당정청(여당·정부·청와대) 간 의견 조율 과정에서 논란을 부른 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뜻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알렸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사의를 반려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갑자기 부총리 거취까지 말씀하셔서 놀랐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같은 어려운 시기에 3~4분기 1.9% 성장도 경제수장으로 이끌었고, 내년 3% 성장률도 기대하고 있다"며 "예산 심의도 내일부터인데 많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은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사직을 하겠다고 말하니까 몹시 당황스럽고 형식이 맞는지, 일반적 관행인가 봤을 때 낯선 풍경"이라며 "물론 견해 차가 있어서 수많은 조율 과정을 거쳐 입장을 정리했겠지만, 보통 대통령 참모의 입장에선 대단히 엄중한 시기이고 처리할 현안이 산적했기 때문에 임명권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진 묵묵하게 과제를 수행하는 게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굳이 상임위 예산 심의 자리에서 본인의 거취 관련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고 당혹스럽다"며 "제가 해석하기엔 대단히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 의원은 "지금 이 장에서 재산세 인하 문제나 양도세 대주주 완화 요건 등이 전국민 관심사이겠지만, 내일 아침 언론을 장식할 헤드라인(1면)은 그것과 무관하게 '홍남기 부총리 사직은 어떤 연유일까, 소신은 무엇일까' 이런 부분이 전 방송과 신문을 지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심하게 말하자면 대통령 참모 역할로 보이는 게 아니라 기성 정치인의 정치적 행동과 담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왜 스스로 줬는지 의문을 갖는다"며 "형식 자체가 부적절하고, 예산안만 성실하게 심의하고 말 것이냐"고 피력했다.

또 "이 시기에 정책적 조율 과정에서 본인의 소신 혹은 기재부 철학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이 엄중한 시기에 그런 말씀을 하는 게 책임있는 공직자의 태도인가"라고 부각했다.

홍 부총리는 "정치라는 단어는 접목될 수 없다"며 "(대주주 완화 요건 10억원 유지 등에 대해 언론의) 많은 질문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현행대로 간다'고 말하면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그냥 10억원으로 간다'고 말하기는 그게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양경숙 의원도 "사의를 표명한 것은 사실이냐"며 "대통령께서 반려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반려를 했다고 하시는데 계속 부총리를 수행하실 것이냐"며 "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양 의원은 또 "여러 가지 복잡한 정치 상황 속에서 고민과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대통령이 반려를 하셨다는 보도가 사실인 듯하다"며 "더욱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할 것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오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에 대해 그동안 소신을 갖고 추진해 온 홍 부총리의 책임의식의 발로로 이해한다"며 "경제회복을 앞두고 총력을 기울여야 될 시기에 경제수장으로서 흔들림 나가야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민주당은 홍 부총리와 함께 경제회복과 K-뉴딜의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홍 부총리 사의 표명에 "책임 지는 자세가 좋다고 생각한다"며 "국감 때부터 시작해서 소신적 발언과 관련 사안을 꿋꿋하게 지킨 걸 높이 칭찬한다"고 평가했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은 "안타깝고 착잡한 심경"이라며 "질의를 많이 준비했는데, 그만두셨다는 바람에 질의를 해야 하는지"라고 난감함을 피력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