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지분적립형 주택 나 같으면 안 한다
[기고 칼럼] 지분적립형 주택 나 같으면 안 한다
  • 신아일보
  • 승인 2020.11.0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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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10월28일 정부는 젊은 세대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일정을 구체화했다.

서울시가 2023년부터 2028년까지 공급할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물량은 1만7000가구로, 8·4공급 대책에서 언급된 태릉CC 부지와 용산 정비창, 강남 유휴 부지 등이 포함될 것 같다.

지분적립형 주택에는 최초 분양 시 토지와 건물 지분의 20~25%만 취득해도 입주할 수 있다. 입주 후에는 남은 공공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시세 대비 낮은 수준으로 내면서 매 4년 10~15%씩 돈을 내고 균등하게 지분을 나눠 취득한다. 20~30년 후에는 주택을 100% 소유하게 된다.

집값이 9억원을 초과하면 30년 운영이 기본이고, 9억원 이하면 20년 또는 30년 중 수분양자가 선택할 수 있다. 자금이 부족한 이들을 위해 8년간 임대 후 분양가의 20~40% 개인지분을 취득하고 매년 4년마다 12~20%씩 지분을 취득하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신혼부부 40%, 생애최초 30%씩 총 70%를 특별공급하고, 나머지 30%에 대해 일반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분적립형의 장점은 집값의 20% 정도만 내고 살면서 천천히 갚아 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한 집에 10년 이상 거주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30·40대 젊은 세대들이 20년 동안 한 집에 거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4년마다 지분 금액을 내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분양가를 5억원으로 가정하면 입주할 때 1억2500만원을 내고 4년마다 7500만원씩 내야 하는데 좋은 직장을 가진 맞벌이 부부가 아니면 4년마다 7500만원을 마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월세도 내야 한다. 시중 월세보다는 낮게 책정하겠지만 월세를 내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또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10년 정도 전매 제한이 걸린다.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면 처분이 가능하지만 지분 비율에 따라 수분양자와 공공이 시세차익을 나눈다고 한다. "대출받은 내 집은 은행소유다"라는 농담을 하는데, 은행은 시세차익까지 가져가지는 않는다.

2023년부터 2028년까지 1만7000가구 지분적립형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면 1년에 3500가구 정도의 물량인데,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가능성이 높고, 효과도 낮은 이런 정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다는 것도 부담이다.

차라리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실수요자들한테는 대출기준을 대폭 완화해주고 집이 필요한 분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집을 선택해서 거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예를 들어 생애최초나 신혼부부 무주택자들이 주택을 살 때에는 시중금리 절반 수준 특별금리 적용, LTV(주택담보대출비율) 80%, DTI(총부채상환비율) 면제, 취득·재산세 50% 감면을 적용하고, 5년 거주 10년 전매 제한 조건을 걸어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여기에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해 그런 생애최초와 신혼부부에게 KB시세 90% 수준으로 싸게 파는 양도인에게는 양도세 중과 배제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조건까지 걸어주면 젊은 세대 주거 문제 해결과 전세 수요 감소로 전세시장 안정, 양도세 동결 현상 완화를 통한 매매시장 안정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책상에 앉아 서민들 주택 마련을 위해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탁상행정만 하지 말고 '과연 나라면, 내 자식의 문제라면 어떻게 할까?' 제대로 된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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