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노조법 개정, 보다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기고 칼럼] 노조법 개정, 보다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20.11.0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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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민 법학박사·미래인공인노무사사무소 대표공인노무사
백현민 법학박사·미래인공인노무사사무소 대표공인노무사

정부는 지난 6월 23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정부의 개정안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근로자의 기업별 노동조합 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삭제, 개별교섭 시 차별대우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개정안을 두고 국회 심의가 진행되기도 전부터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의 반발이 거세다. 이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 개정안은 다분히 구색을 맞추고 절충점을 찾고자 한 모습이 영력하다. 그 결과 법적 타당성 및 명확성 측면에서 상당히 불안정하다. 이에 정부 개정안대로 통과될 경우 산업현장 내에서 많은 혼란과 노사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개정안이 가지고 있는 많은 법적문제 가운데 대표적인 내용을 정리해 본다.

첫째, 기업별 노동조합 사업장에서 조합원 자격에 대한 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기업별 노동조합을 포함한 노동조합 조직형태와 관계없이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이를 중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개정안에 해고자 및 실업자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정안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문에 비추어 보면 해고자와 실업자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보여 진다. 노동운동가, 시민단체 활동가, 협력업체나 관계사 근로자, 특수고용근로자 등이 기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종사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주도되는 기업별 노동조합의 법적지위도 문제될 것이다. 결국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의 범위가 넓게 해석될수록 산업현장 노사관계에 큰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둘째, 편법적인 노조전임자 급여지원을 둘러싼 노사 간 분쟁 증가가 예상된다. 정부 개정안은 전임자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고 있지 않으나, 사실상 전임자 유형을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경우’와 ‘노동조합으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경우’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자의 경우에는 현행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적용하는 한편, 후자에 대하여는 특별한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정부 개정안은 법리적으로 매우 어설프고 불편해 보인다.

이미 일부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재정자립기금, 조합원수당 등을 지급하고, 노동조합은 이를 노조전임자 급여로 사용하는 사례가 존재하고 있다. 편법적으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를 회피하는 것이다. 정부 개정안대로 통과될 경우 노동조합으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전임자 수, 그 전임자 급여에 대한 사용자 보전 등을 두고 노사 간 치열한 다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정부 개정안은 현재의 편법적 수단을 양성화시키는 것이다. 상당수 사업장에서 현행 근로시간면제자가 노조전임자와 같이 운영되고 실태를 고려할 때, 근로시간면제와 노조전임을 제도적으로 혼용하는 것은 산업현장에 혼란만 초래할 뿐 올바른 입법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셋째, 개별교섭제도의 취지와 기능을 약화시킬 여지가 크다. 정부 개정안은 복수노조 하에서 개별교섭을 하는 경우 사용자의 노동조합 간 차별대우금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개별교섭은 강제적인 교섭창구단일화를 보완하는 제도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헌법재판소가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합헌으로 결정하면서 제시한 논거이기도 하다.

개별교섭시 사용자의 노동조합 간 차별행위는 당연히 규제되어야 하는 사항이다. 그러나 교섭창구단일화제도 내에 선언적 규정을 둘 경우 사용자들의 개별교섭 동의를 위축시키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교섭창구단일화의 위헌성을 보완하는 수단으로서 개별교섭제도가 가지는 취지와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사용자의 노동조합 간 차별행위에 대한 시정 내지 구제 시스템에 대한 법적 안정성 및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옳은 입법방향일 것이다.

정부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들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에 매우 어려운 과제들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정부가 한-EU FTA 이행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음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노조법 개정은 산업현장에 매우 큰 파급효과를 미친다. 그리고 과거 노조법 개정 시마다 입법적 흠결로 인하여 산업현장 내에서 상당한 혼란을 겪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개정안 마련에 있어 노조법 전반에 대한 거시적 관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여하튼 노조법 개정을 위한 화살의 시위는 당겨졌고,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향후 국회 심의과정에서 법리적 타당성, 예상되는 다양한 법적쟁점, 산업현장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하여 보다 심층적인 논의가 이루어기를 기대한다.

/백현민 법학박사·미래인공인노무사사무소 대표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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