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지휘·감찰권 남발” 秋에 검사들 집단반발
“인사·지휘·감찰권 남발” 秋에 검사들 집단반발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10.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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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이는 검찰기. (사진=연합뉴스)
펄럭이는 검찰기.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한 일선 검사들의 집단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제주지방검찰청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추 장관을 겨냥,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라는 글을 올린 것에 추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협공에 나서면서 일이 커졌다.

지난 28일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글을 통해 추 장관을 겨냥해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SNS에 이 검사와 관련된 2019년 보도된 기사 링크를 올리며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링크 기사는 2017년 인천지방검찰청 강력부 소속 한 검사가 동료 검사의 약점 노출을 막으려고 피의자를 구속하고 면회나 서신 교환을 막았다고 의혹을 제기한 내용이었다. 이 검사가 이런 행위를 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이어 추 장관도 SNS에 해당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전했다.

이 검사의 생각에 대해 추 장관과 조 전 장관이 그를 저격하는 모양새를 보이자 검찰 내에서는 “장관 방침에 순응하지 않는 검사를 압박하는 게 검찰개혁이냐”며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또 이 검사에 이어 공개적으로 추 장관에 반기를 든 이른바 ‘커밍아웃’ 검사도 나왔다.

추 장관의 글에 맞서 최재만 춘천지방검찰청 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에 ‘장관님의 SNS 게시글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려 “장관님이 생각하는 검찰개혁은 어떤 것이냐”며 따져 물었다. 최 검사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그는 “혹시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지 여쭤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이 정치 권력이 검찰을 덮어버리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저 역시 이환우 검사와 동일하게 커밍아웃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검사의 글에는 이날 오전까지만 140개가 넘는 공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검사들의 집단반발에 공감하는 이도 많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자칫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와중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추 장관과 검사들의 대립 양상은 현재 진행 중인 감찰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감찰 카드’를 내세운 바 있다.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한 검사, 야권 정치인 로비 의혹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추 장관이 감찰을 지시한 것이다.

감찰 대상으로 윤 총장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보고라인 전반에 대한 감찰인 만큼 윤 총장도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

감찰 결과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일선 검사들이 추 장관을 향해 터뜨린 불만은 개혁에 저항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감찰을 강행한 장관이 비판을 들을 수 있다. 때문에 법조계는 감찰 결과가 양측의 갈등을 일단락할 키포인트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윤 총장은 전날 대전고등검찰청과 지방검찰청을 찾았다. 그가 공식적으로 대전을 찾은 건 대전고검 검사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으로 승진 임명된 2017년 5월 이후 3년여 만이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