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광야’ 탄생 도시 성북구에 온 ‘이육사 친필’
詩 ‘광야’ 탄생 도시 성북구에 온 ‘이육사 친필’
  • 이준철 기자
  • 승인 2020.10.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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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안동 이육사문학관, 특별교류전시 ‘바다의 마음’ 개최
(사진=성북구)
(사진=성북구)

서울 성북구와 성북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문화공간 이육사’가 오는 11월3일부터 12월12일까지 안동 이육사문학관과 손잡고 특별교류전 '바다의 마음'을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이육사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육사의 친필 시 '바다의 마음'과 친구 신석초에게 보낸 친필 엽서, 초창기 발행된 시집 네 권과 이육사의 종손자가 소장 중인 이육사의 휘호 ‘수부선행’도 전시될 예정이다.

이육사의 시를 모티브로 한 설치미술과 창작곡, 관계자 인터뷰와 작품해설 영상도 선보임으로써 이육사의 문학적 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바다의 마음'은 이육사의 친필 원고로서, 현재 남아 있는 이육사의 친필 원고 단 두 편 중 하나이다. '바다의 마음'은 '청포도'나 '광야'와 같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시대의 격동과 시인의 긴박한 감정이 바다의 풍부한 이미지로 표현된 아름다운 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번 특별교류전에서는 이육사의 휘호 ‘수부선행(水浮船行)’이 최초로 전시된다. ‘수부선행’은 현존하는 이육사의 유일한 휘호로서, ‘물이 배를 띄워 가게 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만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던 외삼촌 일창 허발에게 독립운동자금 지원에 대한 답례로 이육사가 쓴 글씨이다.

소장자인 종손자 이승환 씨가 2년 전 언론에 처음으로 그 존재를 알렸으며,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승환 씨는 ‘수부선행’을 해석하고자 여러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았으며, 그중 이완재 영남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해석을 따르기로 했다. ‘수부선행’은 시인 이육사가 한학과 서예에도 깊은 조예를 지니고 있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유물이기도 하다.

1936년 7월 이육사가 경주에 머무는 동안 친구 신석초에게 보낸 친필 엽서도 전시된다. 엽서는 시인의 당시 정황을 알려주고 있으며, 잔물결 치는 동해의 풍경을 시적으로 표현한 문장을 담고 있다. 그 밖에도 이육사 사후 발행된 네 권의 시집이 전시된다. 최초로 발행된 시집은 1946년 발행된 '육사시집'으로서 동생 이원조가 육사의 시를 모아 발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육사의 작품을 감각적인 시선으로 다룬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도 함께 소개된다. 이육사의 독립운동가로서의 족적에 가려졌거나 주요 작품들에 밀려있던 작품들을 새롭게 조망하는데 기획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친필 시 '바다의 마음'과 휘호 ‘수부선행’, 친필 엽서에는 ‘바다’와 ‘물’의 이미지들이 담겨 있다. 그리하여 3층 전시 공간 전체를 바다 형태로 디자인하고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연상시키도록 의자 작품을 배치한다. 관객들은 이 의자에 앉아 이육사의 휘호 ‘수부선행’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대금·소금연주자 한충은은 이육사의 시에 영감을 받아 창작곡 '광야','청포도'를 작곡했다. 특별교류전과 함께 이육사문학관에서는 특별공연이 진행된다. 본 공연은 한충은의 창작곡 연주와 고은주 작가의 소설 '그 남자 264'를 원작으로 한 낭독극 ‘264, 그녀가 말하다’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계자들의 인터뷰와 작품 해설을 담은 영상이 상영된다. 이육사문학관 관장이자 문학박사인 손병희 씨는 전시될 유물들과 관련해 작품 해설을 들려준다.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여사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을 들려주었으며 아버지의 시를 직접 낭독해 주었다.

손병희 이육사문학관 관장은 "이번 전시가 독립운동가라는 강력한 인상에 가려져 있던 시인의 뛰어난 문학적 소양을 새로운 측면에서 조망한다는 점에서 뜻깊다"고 소회를 밝혔다. 

jc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