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개혁 관련 발언 최소화… 논란거리 피하려한 듯
시작부터 잡음… 사전 간담회는 반쪽으로, 연설 중엔 고성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를 방문해 협치를 당부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국회에 있는 내내 야당의 반발은 멈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우리 국회는 협력의 전통으로 위기 때마다 힘을 발휘했다"며 "지금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은 여야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국난극복을 위해서는 초당적 협력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민생과 개혁이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때 협치의 성과는 더욱 빛날 것"이라며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공정경제 3법의 처리에 협력해주시고 경찰법과 국정원법 등 권력기관 개혁법안도 입법으로 결실을 맺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발언은 최소한으로 했다.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 등이 정국의 뇌관으로 꼽히는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지연을 끝내달라"는 발언 외에는 말을 아꼈다.
예산안에 대한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시점인 만큼 야당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언급은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섣부른 언급을 했다가 새로운 논란거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하게 이번 예산안 시정연설은 사전 간담회부터 잡음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불참으로 반쪽짜리로 진행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특검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참석하지 않았다.
실제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 중 북한의 어업지도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해 언급했을 때 "사과해야죠", "살해당한 거다"라고 항의했고, 국회에 협치를 당부하자 야당 자리에서 "특검법을 수용하라"는 외침이 들리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의 경우 청와대 경호실과의 마찰로 불참했다. 주 원내대표가 예정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청와대 경호실에서 간담회에 먼저 도착한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주 원내대표를 상대로 신체 검색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간담회장에서 발길을 돌려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야당 원내대표를 경호처 직원이 제지하고 신원 검색을 하는 무례를 범했다"며 "협치를 위해 국회에 오신 분들이 이런 태도를 보인 것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본회의장에서도 잡음은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가 신체 검색을 요구받은 데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사실 확인 후에 청와대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게 나라냐", "나라가 왜 이래"라고 적힌 손피켓이 부착된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고 고성을 질렀다. 문 대통령이 연단 앞에 섰을 때조차도 "사과하세요" 등의 항의와 고성이 계속됐다.
이에 박 의장이 거듭 "야당 주장에 대해 철저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거기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일단 그런 일이 일어난 데 대해서 유감스럽다는 말을 드린다"며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다), 야당도 예의를 갖춰서 경청해 달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자 국민의힘은 고성을 멈췄다.
한편 국민의힘은 본회의 산회 후 연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경호처의 신체 수색을 강하게 규탄했다. 주 원내대표는 청와대 경호처의 신체 수색은 '실수'가 아닌 '의도적 도발'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경호부장이란 사람이 와서 직원의 실수라고 사과했지만 짐작컨대 저는 실수가 아니라고 본다"며 "대통령이 (앞서 전달한) 10개 질문에 대한 답이 없어 다시 10개 질문을 드려서 거기에 대해 (답변을) 강하게 요구할 상황이었다. (저의) 입장을 막기 위해 의도된 것인지 좀 더 챙겨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