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소법과 자업자득
[기자수첩] 금소법과 자업자득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10.28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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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들의 도미노 환매 중단에 따른 금융소비자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면서 금융권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시점이다. 금융위는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의 제도적 측면을 강화하는 '금소법(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을 지난 27일 예고했다. 국정감사 직후 본격 제재 강화 선언이다. 

금소법은 예·적금부터 펀드, 신탁, 보험, 대출, 신용카드 등 모든 상품에 대해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 규제 6대 판매규제를 적용한다. 예를 들면 설명의무는 이런 경우다. 얼마 전 본인은 B증권사로부터 RP 영업 전화를 받았다. 

"특판 RP라 원금 손실 크게 염려 안하셔도 되고요, 91일 자금 이체하시면 세전 o.o% 확정금리를 제공해드리거든요" 

"타사에 이용 중인 신규 자금에 대해서만 자금 이체 시 선착순 매수를 진행하고 있는데, 거래 의사가 있다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연락을 주셔야 돼요"

설명 첫 문장부터 '원금 손실 크게 염려 안하셔도 된다'라고 한 부분은 상식적으로 오해의 여지가 있다. RP는 단기성 안정형 투자상품이고 원금 손실 위험이 적지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투자상품이라는게 안전하다 해도 원금 손실 위험은 당연히 존재한다고 설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개인들 입장에서는 재산상불이익이 생기면 분쟁에 휘말리는 일이 번번한데 참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한 피해다. 피해 수위가 돈의 크기에 따라 다른 것 뿐이다.     

이번 국정감사 정무위에서 나온 유의동 의원 지적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은행과 증권사가 판매한 금융투자상품 문제로 피해자들에게 선지급했거나 지급할 예정인 보상금액은 1조원 수준이다. 그런데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 2개만 놓고봐도 라임이 1조6~700억원, 옵티머스가 5000억원대로 2배에 달한다. 디스커버리펀드는 1800억 정도 손실이 있는데 이 펀드를 가장 많이 팔았다는 기업은행은 피해자 증언이 나왔는데도 이번 국감에서 불완전판매 여부를 부인한 것도 아니고 인정하지도 않는 태도를 취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감원의 조사결과를 기다린다는 입장인데 조사결과는 빨라야 내년 3월에 나온다.  

금융위는 이번 금소법에서 설명의무에 대해 제도의 실효성 확보에 필요한 사항을 신설했다고 밝히고 있다.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상품을 권유하는 행지를 금지하는 판매업자의 상품숙지의무(know your product)도 도입된다.

만일 이를 어긴 상황 하에 투자상품 가입자는 정당하게 '위법계약해지요구권'을 쓸 수 있게 된다. 이 권리는 계약일로부터 5년, 위법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이내 행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징벌적 배상 등 규제를 강화한 금소법 제정안 전반은 내년 3월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오랜 기간을 거쳐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마련된 법안의 윤곽이 드러난만큼 권리를 챙기는 국민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아가 잇따른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연루된 금융권은 높아진 제재 강도에 있어 자업자득이라는 자성이 필요하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