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예산·입법으로 호남 구애… '호남→서울→대선' 통할까
국민의힘, 예산·입법으로 호남 구애… '호남→서울→대선' 통할까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0.2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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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이종배·추경호 등 원내 핵심 요직 광주서 예산정책협의
호남 구애로 서울시장 보선 발판 마련 전략… "승리해야 대선도"
27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에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과 전남도 관계자들이 예산정책협의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에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과 전남도 관계자들이 예산정책협의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정감사가 끝나고 국회가 예산 정국에 들어선 가운데 국민의힘 원내 요직 인사가 본격적인 호남 끌어안기 행보에 나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원회 의장, 추경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등은 27일 광주를 찾아 지역 현안 해결과 국비 확보 지원을 약속했다.

주 원내대표 등 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광주시청에서 '국민의힘-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 국비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현장을 찾고 말씀을 들어야 주요 현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며 "다음주부터 시작하는 2021년 정부 예산안 심사에서 증액·감액해야 할 게 무엇인지 듣기 위해 찾았다"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호남과 광주에 큰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며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방문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뜻밖'이라고 칭찬해주셔서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광주는 높은 민주적 시민의식을 갖춘 민주화의 성지이자 인공지능 혁신산업 선도도시로, 집적단지를 조성하고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상생에 나서고 있다"며 "복합적인 '그린 스마트 타운(친환경 신기술 도시)'을 조성하는데 깊은 관심을 갖고 돕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 국민통합위원회에 호남 동행 국회의원들이 있다"며 "원내대표인 제가 명목상으로만 운영하는 게 아니라 일정한 시기마다 반드시 방문하고 대화하고 동행하고 지원하도록 격려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 역시 "예산정책협의를 통해 광주에 필요한 숙원사업이 어떤 것인지 듣고 국회에 들어가 내년도 예산심의나 법안심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민통합위에서 하는 활동도 정책위에서 끝까지 뒷받침하면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예결위 간사 추 의원의 경우 "앞으로 광주시 현안을 해결하고 발전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광주 발전에 큰 힘이 되는 국회 예결위가 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18 민주 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했던 것을 언급하며 "많은 분이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호남동행위원장 48명을 발표하고 예산정책협의회까지 마련한 것을 보며 국민의힘 국민대통합에 대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시장은 "정치권이 지역 간 갈등과 분열을 최소화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의 결단을 적극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또 '5·18 역사 왜곡 처벌법' 등 5·18 특별법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요청하기도 했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 특별법과 여수·순천 사건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호남 공략에 더욱 불을 지필 예정이다. 29일에는 김 위원장과 '전북 동행' 국회의원이 직접 전라북도청을 방문해 14개 시·군 단체장과 지역별 현안을 논의한다.

이같은 행보는 김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이끌면서 내걸었던 호남 끌어안기 계획 중 하나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제2의 지역구로 호남을 선정해 '호남 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을 국회에서 열었다. 이에 앞서선 김 위원장이 지난 8월 5·18 민주 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기도 했다. 또 신임 사무총장으로는 호남 출신 정양석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내정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호남 구애는 내년 재·보궐 선거와도 직결한다. 호남 출신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고, 서울시장 보선에서 이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여당이 10년 넘게 석권했던 수도 서울의 수장 자리를 탈환해야 내후년 대통령 선거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과 맞물려 지도력 위기에 봉착한 김 위원장은 자신의 입지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서울시장 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보궐선거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국민 통합 문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최근엔 "서울시 인구 구성 비율을 보면 호남 지역 사람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상임고문단 회의에선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도 결정적으로 승리로 이끌어야만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발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난 총선에서, 특히 서울에서 저희가 많은 패배를 겪었기 때문에 이걸 만회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도 가만히 두고 보진 않는 모양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5·18 특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입법 발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개정안은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 처벌법과 5·18민주화 운동의 진상 규명을 위한 법안 등을 포함한다. 이 가운데 왜곡 처벌법은 5·18 민주화 운동을 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주말 광주를 방문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두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종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