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물고기를 잡고나니 통발을 잃네
[기고 칼럼] 물고기를 잡고나니 통발을 잃네
  • 신아일보
  • 승인 2020.10.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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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스님 용인대 객원교수
 

중국의 전설적인 성군 요(堯)임금은 허유(許由)라는 은자(隱者)에게 천하(天下)를 물려주려 했다. 허유는 이에 단호하게 사양하며 달아나 받지 않았다.

은(殷)나라 탕왕(湯王)은 무광(務光)에게 나라를 주려고 했지만 무광(務光)은 화를 냈다.

기타(紀他)는 이 소식을 듣자 나라가 자기에게 돌아올까 겁이 나서 제자를 거느리고 관수가에 은거하고 말았다. 제후(諸侯)들은 3년 동안 사람을 보내어 기타를 위로(慰勞)했다. 이 유명(有名)한 구절에 뒤이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통발은 물고기를 잡는 도구인데 물고기를 잡고 난 뒤에는 통발은 잊어버리고 만다(筌者所以在魚 得魚而忘筌). 올가미는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나 토끼를 잡고 나면 잊어버린다. 그리고 말은 뜻을 나타내는데 쓰이기 때문에 뜻을 알고 나면 말은 잊어버리게 된다. 내 어찌 저 말을 잊은 사람을 만나서 그와 더불어 말할 수 있을꼬.”

장자(莊子) <외물(外物)>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망전(忘筌), 망제(忘蹄), 망언(忘言)은 모두 시비와 선악을 초월한 절대 경지를 말한다. 이와 같이 ‘득어망전’은 뜻한 바를 이룬 후에는 그 수단이나 과정에 대해는 애착을 갖지 말라는 의미인데, 배은망덕 하다는 뜻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제(蹄)’는 토끼를 잡는 올가미를 말한다.

장자는 ‘말을 잊은 사람’을 끌어내기 위해 통발과 덫을 잊는다는 말을 전제(前提)했다. 장자가 말하는 ‘말을 잊은 사람’이란 말같은 것은 잊어버려 그에 얽매이지 않는 참된 뜻을 깨달은 사람을 가리킨다. 이렇게 결론을 다른 데로 몰고간 득어망전(得魚忘筌)을 글자 그대로 풀이해 보통 ‘일단 목적을 달성하면 수단(手段)으로 이용하던 물건을 잊어버린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새것을 취려면 쥐고 있는 것은 놓아야 한다. 하지만 어디 사람의 욕심이 그럴텐가, 움켜진 손으로 뭔가를 또 잡으려는 게 인간이다. 인간은 놓아야 할 것을 놓지 못해 상처를 입고 아파한다. 자신이 한 말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베푼 은혜가 되레 서운함이 돼 돌아온다. 모두 뭔가를 놓치 못한 탓이다.

사냥을 마친 사냥꾼이 활을 잊고, 물고기를 잡은 어부가 통발을 잊듯 “뱁새는 드넓은 숲에 살지만 나뭇가지 몇 개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셔도 배가 차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 말을 남기고 허유가 기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요 임금이 기산을 찾아가 그럼 구주 땅이라도 맡아달라고 청했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요 임금의 말로 자신의 귀가 더럽혀졌다고 여긴 그는 흐르는 물에 귀를 씻었다.

“왜 그리 귀를 씻고 계시오?” 소 한 마리를 앞세우고 가던 소부(巢夫)가 그 까닭을 물었다. 자초지종을 하유가 말하니 소부가 껄껄 웃었다. “그건 당신이 지혜로운 은자라는 소문을 은근히 퍼뜨린 탓이 아니오.” 그가 물을 따라 올라가자 허유가 물었다. “어디를 가시오.” 소부가 답했다. “당신 귀 씻은 물을 내 소에게 먹일 순 없지 않소.”

고려 충렬왕 때의 문신 추적이 금언·명구를 모아 놓은 명심보감(明心寶鑑)에도 전해오는 얘기다. 허유 등 권력을 거부한 자들을 소개한 뒤에 다음의 말을 첨가한다.

쓰임이 다한 것을 데리고 다니면 몸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다. 베푼 은혜를 품고 다니면 서운함이 마음을 짓누르고, 뱉은 말을 담고 다니면 늘 남의 행동거지를 살핀다.

장자는 “말을 잊은 사람과 더불어 말을 하고 싶다”고 했으니, 말을 잊는다는 건 무언가에 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뱁새는 나뭇가지에 매이지 않기에 자유롭고, 두더지는 강물에 매이지 않기에 족하다. 취하기만 하고 버리지 못하는 건 결국 반쪽 짜리 지혜일 뿐이다.

/탄탄스님 용인대 객원교수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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