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자산 시대…'실적' 대신 '꿈'보는 증시
무형자산 시대…'실적' 대신 '꿈'보는 증시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10.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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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술력·지적재산권 자산비중↑…성장성 가진 기업 선전
전문가 "다양한 변수 반영한 신뢰성 높은 평가체계 개발 필요"
국내 무형자산 추이. (자료=한은)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형자산 비중 추이. (자료=한은)

최근 경제와 산업 패러다임이 기술력과 아이디어 등 무형자산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기업에 투자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카카오나 네이버 등 무형자산을 보유한 기업의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증권가에서는 다양한 변수와 성장성을 담아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한국은행 '무형자산의 역할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형자산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1~2015년 평균 8.0%였다.

무형자산 집약적 구조를 가진 미국(10.0%)과 스웨덴(11.0%) 등에 비해 낮지만, 유럽 주요 10개국 평균인 7.8%은 소폭 상회한다. 무형자산은 물리적 실체가 없는 특허권과 지식재산권(IP), 브랜드 가치 등을 일컫는다. 

정선영 한은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무형자산 투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구조가 설비와 건설투자 중심 유형자산 기반 생산구조에서 무형자산 기반 생산구조로 점차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시총 상위 5개 기업의 주가상승률. (자료=한국투자증권)
코로나19 이후 시총 상위 5개 기업의 주가상승률. (자료=한국투자증권)

최근 주식 시장에서는 전통 제조업종보다 이런 무형자산을 보유한 업종의 주가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코스피가 저점을 기록했던 3월19일 이후 주가 상승률을 보면, 미래 가치와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인터넷·바이오·2차전지 관련 회사들의 주가가 대체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으로 카카오 주가는 163%, LG화학은 168%, 네이버는 106%가량 각각 상승했다.

과거 증시 폭락 이후 주가 반등기에 시가총액 상위를 점령한 삼성전자와 한국전력, 포스코 등 전통 제조업 회사들의 주가가 반등하며 종합주가지수를 끌어올렸던 것과 달리, 이번 증시 회복 국면에서는 지식산업 회사들의 주가가 지수 반등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회사의 주가 수준을 산출하는 데 쓰였던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주가순익비율(PER) 대신 성장 잠재력을 판단하는 PDR(Price To Dream Ratio)를 적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PDR은 직역하면 '주가 대비 꿈 비율'이다.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신산업 내에서 주가가 가파르게 뛰는 기업은 순이익이나 순자산 등 가시적인 지표를 넘어, 잠재력을 반영해 기업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플랫폼 산업의 네트워크 효과와 IP, 기술력 등이 이런 잠재력에 포함된다. 

이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일부 산업군의 주가가 차별화된 멀티플 상승을 기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단기 수익 및 현금흐름만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미래 가치가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 기업의 중장기 가치를 평가할 때는 네트워크 효과와 IP, 기술력 등 향후 성장성과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동인들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옛날과 다른 차원의 선수들이 주식시장에서 선두를 내달리고 있는데, 과거의 잣대로 증시의 고평가 여부를 논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무형자산은 다양한 변수로 인해 명확한 가치 평가를 하기 어려운 만큼 신뢰성 있는 평가 체계를 만드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창용 센터장은 "무형자산은 앞으로의 기술적 가능성과 시장 수용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어 수익성을 확신할 수 없고, 여러 시나리오와 변수들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될 수 있어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며 "기존 기업을 평가할 때는 단기적 이익과 근거 있는 스토리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기업이 지향하는 무형가치와 어느 정도 타당한 내러티브(narrative)들을 살펴봐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