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제주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적법
(종합) 제주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적법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0.10.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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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의료법 제64조 제1항 개설허가 취소사유 발생”
판결 확정시까지 내국인 진료 제한 소송 선고 연기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의 개설 허가를 취소한 것은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했다.

다만, 내국인 진료 제한을 조건으로 병원 개원을 허가한 것은 부당하며 녹지제주가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서는 취소소송 판결 확정시까지 선고를 연기했다.

제주지법 행정 1부(김현룡 수석부장판사)는 20일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제주도의 조건부 개원 허가 결정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더라도, 개설 허가에 공정력이 있는 이상 일단 허가 후 3개월 이내에 의료기관을 개설해 업무를 시작해야 했지만, 무단으로 업무 시작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개설허가에 위법 여부와 별도로 개설허가를 취소할 의료법 제64조 제1항의 사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의료법 64조 1항에는 개설 허가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아울러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 선고 연기 이유에 대해 △1심 재판에서 영리병원 개설 허가가 적법하다고 판단돼 조건부 허가 취소 소송으로 원고가 얻을 법률적 이익이 없는 점 △상소심 판결에서 1심 판결이 변경될 수 있는 점 등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도 1심 판결이 유지될 시 조건부 허가 취소 소송은 각하 된다고 전했다.

앞서 제주도는 공공의료체계 붕괴를 우려하는 영리병원에 대한 국내 정서를 고려해 지난 2018년 12월5일 녹지제주에 대해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진료하는 조건으로 녹지병원을 운영하도록 하는 조건부 허가를 했다.

이에 녹지제주는 내국인을 제외한 허가 조건이 의료법을 어겨 위법하다고 반발하며 2019년 2월14일 제주도의 개설 허가조건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녹지제주는 국내 모든 의료기관은 어떤 환자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의료법 15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후 제주도는 녹지제주가 조건부 허가 3개월이 넘도록 병원을 개원하지 않자 2019년 4월 청문 절차를 거쳐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녹지제주는 같은 해 5월20일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허가 취소처분에 반발하며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이날 재판부가 제주도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투자자-국가 소송(ISD)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녹지제주는 녹지병원 사업을 위해 지금까지 8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만큼, 병원 사업을 포기하게 되면 제주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함께 우리 정부에 투자손실 책임을 묻는 ISD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