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설계사 고용보험' 당사자 의견 챙겨야
[기자수첩] '설계사 고용보험' 당사자 의견 챙겨야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10.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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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특수고용직 고용보험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용보험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특수고용직은 근로계약이 아니라 위임계약 또는 도급계약에 따라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아 생활하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근로를 말한다. 대표적으로는 보험설계사를 비롯해 건설기계 조종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 보조원(캐디) 등이 해당한다.

고용보험 의무화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자리를 잃을 경우, 생활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의무화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작년 기준 보험설계사는 총 41만여명으로 생보사 소속이 8만9000여명, 손보사 소속이 9만여명으로 나타났다. 법인보험대리점(GA)에 소속된 설계사는 23만여명으로 보험설계사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수입의 대부분이 보험 수수료로 운영되는데, 고용보험료 일부를 기업에서 부담하게 되면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설계사의 고용보험을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의무화하겠다는 소식에 현장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설계사 중에도 고용보험이 하루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수입 감소와 일자리 상실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고용보험에 임의가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같은 설계사라고 하더라도 실적에 따라 매달 받는 임금이 달라지니 누군가에게는 고용보험이 득이 될 수도 있고, 실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일반적인 노동자와 달리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어려운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갑작스러운 실직 상황을 맞닿게 됐을 때, 일정 기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마련하기 위해 고용보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고용보험 도입 취지는 이상적이지만, 당사자인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이해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당장 자신의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당사자가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고 불안감만 가지고 있다면 본 목적을 이루기도 쉽지 않다. 특수고용노동자라는 특별한 노동 형태를 가진 이들에게 보편적 복지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제도가 도입됐을 때 영향을 받게 되는 당사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우려하고 있는 점에 대해 먼저 귀 기울여 들어보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