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 추납 '허점 투성이'… 강남·외국인 재테크 판쳐
국민연금 보험료 추납 '허점 투성이'… 강남·외국인 재테크 판쳐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0.1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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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납보험료 7000만원 이상 강남 3구 쏠려… 재테크 의심
외국인도 대거 참여… 정말 어려워 못내는 미납자만 손해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추납보험료 7000만원 이상 초고액 납부자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쏠린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추납제도 시행 이후 '역대 5000만원 이상의 고액 추후납부 신청 현황'에 따르면 전국 총 712명의 고액 납부자 중 서울은 245명(34.4%), 경기도는 184명(25.8%)으로 1·2위를 기록했다.

서울시에서는 송파구 32명(13.1%), 강남구 28명(11.4%), 서초구 22명(9.0%) 순으로 많았다. 강남 3구 주민이 총 82명으로 33.4%를 차지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추후납부제도는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이 납부 중지 기간이라도 추후 보험료를 내면 이를 가입 기간으로 산입해주는 제도다. 경력단절 여성이나 가정주부, 실직을 겪은 사람을 대상으로 마련했지만, 목돈을 내면 그보다 더 큰 돈을 연금 형식으로 탈 수 있어 일명 '강남 주부 재테크'로 불리기도 한다.

역대 7000만원 이상의 고액 추후납부 신청도 서울과 강남3구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7000만원 이상의 추납보험료를 일시에 납부한 초고액 추납자는 총 158명이다. 서울 46명(29.1%), 경기 33명(20.9%) 순이었다. 서울시에서는 강남 3구가 총 14명으로 30.4%를 차지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 국민연금심의위원회(위원장 김강립 복지부 1차관)에 추후납부기간을 10년으로 하는 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앞서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복지위 상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같은 당 강병원 의원 측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이후 국민연금 직장 가입자 체납금액은 1조57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직장가입자 보험료는 사업주가 근로자 급여에서 절반을 공제하고 사업주 부담금 절반을 합해 공단에 납부한다. 문제는 사업주가 이를 숨기고 직장 가입자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고, 근로자는 이를 몰랐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20년 5월까지 국민연금보험료 체납을 통지한 직장가입자 수는 총 981만명, 사업장 수로는 279만5000개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기준 체납 사업장 중 88%는 10인 이하 영세업체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연금공단이 이를 재테크를 노린 꼼수인지, 정말 사정이나 내용을 몰라 안 냈던 것인지 판단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특히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경제적 피해로 인해 올해 국민연금 납부를 유예한 사람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3월 30일부터 7월 15일 국민연금 납부예외자는 총 22만4983명이다. 지난해 동기 10만1200명의 2.22배에 달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로 소득이 줄어든 경우 4∼7월 한시적으로 납부 예외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한 데 따른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로 불거진 것은 외국인도 연금 재테크에 나섰다는 것이다.

민주당 최종윤 의원이 발표한 외국인 국민연금 가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국민연금 가입자는 2015년 26만1026명에서 지난해 32만1948명으로 23% 증가했다. 지난해 사업장(직장) 가입자가 31만3852명으로 약 97%를 차지하고, 지역가입자는 8096명이다. 남자가 21만여명, 여자가 111만여명이다.

국적 별로는 중국인이 17만333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필리핀 2만3492명, 인도네시아 2만2846명, 태국 2만924명 순이다. 미국은 1만9302명, 스리랑카 1만5887명, 캐나다 6815명으로도 나타났다. 중국인이 전체 외국인 가입자의 약 53%를 차지한다.

외국인 연금 수령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 노령연금(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을 받는 외국인은 3421명, 장애연금 287명, 유족연금 2802명이다. 노령연금 수령자는 2016년보다 65% 늘었다. 월 연금액이 20만~40만원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노령연금 수령자 중 160만원 넘는 사람이 3명이다. 100만원 초과 수령자가 161명이다.

하지만 추후납부를 신청하는 외국인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투기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15년 추납 신청 건수는 42건, 추납 금액은 2억 3600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17건, 16억8889만 원으로 늘었다. 5년 만에 신청 건수와 추납 금액이 6배 증가했다. 내국인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