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세계 5위' 현대차 넘기고 명예회장 추대
정몽구 회장, '세계 5위' 현대차 넘기고 명예회장 추대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10.1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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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홀로서기' 경영 20년만에 자산 234조원대 성장
'품질·현장경영' 강조…최근 대장게실염 치료하고 회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기아차를 판매량 기준 글로벌 완성차 5위로 올려놓고, 아들인 정의선 신임 회장에게 그룹 수장 자리를 넘겼다.

정몽구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는 건 그가 지난 1999년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른 지 21년 만이며, 2000년 ‘홀로서기’ 경영에 나선 이후 20년 만이다.

1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14일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정 명예회장은 최근 회장직 사임 의사를 밝히며, 아들 정의선 신임 회장에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혁신을 주도해 줄 것을 최근 당부했다. 가족들도 정 명예회장의 뜻을 동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업계가 위기에 빠지고,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정의선 회장 체제’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명예회장은 전략적 결단과 개방적 협력 등을 통해 그룹의 미래 기반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정 신임 회장에게 큰 신뢰를 보였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기아차를 세계 5위의 자동차그룹으로 성장시킨 ‘경영 승부사’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난 1938년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나 경복고등학교와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지난 1970년 2월 현대차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1974년 현대자동차써비스를 설립하며, 독자경영에 뛰어들었다. 지난 1977년에는 지금의 현대모비스인 현대정공을 세워 세계 컨테이너 시장을 석권했다.

정 명예회장의 형인 몽필씨가 지난 1982년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장자 역할을 해 왔다.

그는 지난 1998년 현대차 회장에 이어 1999년 3월 이사회 의장에 오르며 작은 아버지인 정세영 전 현대차 명예회장을 대신해 현대차 경영을 이끌었다.

이후 2000년에는 동생인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 ‘왕자의 난’을 벌인 끝에 현대차 계열 회사만 들고 나오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0년 9월 현대차와 함께 10개 계열사, 자산 34조400억원에서 지난 2019년 말 기준 54개 계열사와 234조706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그룹으로 변모했다.

특히, 그룹의 핵심 기업인 현대·기아차는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전례가 없는 최단 기간 내에 전 세계 10개국에 완성차 시설을 갖추고, 매년 7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자동차 회사로 거듭났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20여년간 그룹을 이끌며 ‘품질 경영’과 ‘현장 경영’을 강조해 왔다.

지난 2016년 12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의선 부회장(오른쪽)과 함께 국회에 들어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12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의선 부회장(오른쪽)과 함께 국회에 들어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는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이자 기업의 존재 이유”라며, 시장 환경이 급변할 때마다 해외 현지 공장을 직접 방문하고, 생산과 판매, 서비스 등 전 분야에서 소비자 지향 품질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전 세계 균일한 고품질 생산 공장을 적기에 건설할 수 있는 표준공장 건설 시스템을 확립했으며, 품질 개선을 위해 생산·판매 현장을 직접 누볐다. 지난 2016년에는 석 달 간 지구 한 바퀴에 해당하는 장거리 해외 출장을 소화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인수한 기아차도 성공적으로 회생시켰으며, 미국, 유럽, 중국 등에 현지 생산·판매 체계를 갖춰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또, 그는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만들어 고급 자동차 분야에 도전장을 냈으며,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등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정 명예회장은 그룹 연구·개발(R&D) 총본산인 남양연구소를 설립하며 핵심기술 확보에도 나섰다.

창립 43년째였던 지난 2010년에는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를 제치고, 세계 완성차 5위(판매량 361만대)에 올라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도 판매량 기준 세계 5위를 유지했다.

정 명예회장은 그동안 성과를 인정받아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에 첫 한국인으로 헌액되기도 했다.

한편 정 명예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최서원(개명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올해 7월 대장게실염 등으로 입원한 뒤 3개월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병세는 다소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