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졸업 쉬운 외국 의대서 유학 후 국내서 의사면허 취득
입학·졸업 쉬운 외국 의대서 유학 후 국내서 의사면허 취득
  • 김가애 기자
  • 승인 2020.10.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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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위 소속 권칠승, 보건의료인력국가시험원 자료 분석
03~20년까지 헝가리 의대 나와 면허 국내 면허 취득 49명
(표=2003~2020 외국 의과·치과대학 졸업자 국내 의사국가고시 응시 및 합격현황. 한국보건의료인력국가시험원 / 권칠승 의원실)
(표=2003~2020 외국 의과·치과대학 졸업자 국내 의사국가고시 응시 및 합격현황. 한국보건의료인력국가시험원 / 권칠승 의원실)

 

일부 의사 지망생들이 입학이 쉬운 외국의 의과대학을 졸업 후 우리나라 의사국시 응시 자격을 얻는 편법으로 국내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보건의료인력국가시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부 의사 지망생이 우리나라보다 의대 입학과 졸업이 수월한 나라에서 유학 후 우리나라 의사 국가고시를 통해 국내 의사면허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부터 올해까지 외국 의대 유학 후 의사국시에 응한 의사 지망생은 229명으로, 이 가운데 135명이 국내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치과의사의 경우 727명이 응시해 230명이 합격했다.

의사 응시생이 가장 많은 국가는 헝가리로, 62명이 응시해 49명이 합격했고, 다음으로 필리핀은 43명이 응시해 7명이 합격했다.

치과의사의 경우 필리핀이 475명이 응시해 61명이 합격했고, 미국이 146명이 응시해 92명이 합격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되려면 의대를 졸업한 후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시행하는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 후 면허를 발급받아야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현재까지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로, 의대 입학이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반면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은 약 95% 수준으로,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 합격률이 약 10%, 변리사 시험 최종 합격률 약 6%, 변호사 시험 최종 합격률 약 50% 내외인 점을 고려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의대 입학과 졸업이 수월한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유학을 떠나 해당 국가의 의사면허를 취득 후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는 등 다소 기이한 방식으로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에서 인정한 외국의 의대를 졸업한 학생들은 졸업 후 해당 국가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예비시험과 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하면 국내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즈베크어를 단 한 마디도 못해도 우즈벡 소재 의대에 입학, 개인 통역사까지 붙여 졸업 후 우리나라의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해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등 비정상적인 관행이 이어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권 의원은 지적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일부 의대는 학업이 미진한 유학생에 대한 유급·제적은 표면상으로만 존재하는 등 학사관리가 느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 대학에 재학중인 일부 유학생은 문제은행 방식의 우리나라 의사 국가고시를 사전에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부족한 의대 정원으로 인해, 비교적 의사면허 취득이 쉬운 나라에서 유학 후 우리나라 의사 국시에 응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질 좋은 의료제공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와 합격률이 90%가 넘는 우리나라의 의사 국가시험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