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정금리 인하, 보완 제도와 함께 가야
[기자수첩] 법정금리 인하, 보완 제도와 함께 가야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10.14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행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조짐이 일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인하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고금리 고통에서 저소득·저신용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최고가 통제에 따른 역효과도 면밀히 고려돼야 할 시점이다. 

법정 최고금리는 대부업체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에 상한을 두는 제도다. 이 법이 처음 만들어졌던 지난 2002년 최고금리는 연 66%에 달했다. 제도가 만들어진 뒤 가장 최근인 지난 2018년까지 법정금리는 꾸준히 내려 여섯 번의 인하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상한은 2007년 49%, 2010년 44%, 2011년 39%, 2014년 34.9% 2016년 27.8%, 2018년 24%가 됐다. 

현재 문제점은 두 가지에서 거론되고 있다. 우선, 한쪽에서는 연 24% 금리가 내린지 2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고금리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감독당국으로 제출받은 자료들에 따르면, 연 24% 금리를 초과 적용 중인 대출잔액은 저축은행이 7704억원, 캐피탈사는 566억원에 이른다. 

또 다른 문제는 최고금리를 시장 수준 이하로 낮추는 데 따른 부작용이다. 가격 상한을 시장 평균 이하로 설정하면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가격 통제의 역효과 중 하나가 암시장의 출현이다. 암시장에서 제시되는 균형가격은 이전 수준보다 공정성이 더 떨어진다. 금융시장에서는 결국 소비자인 대출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 서민금융연구원의 대부업·사금융 이용자 직접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해 70%에 달했다. 2016년 16%, 2017년 31.7%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너무 빠르고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통치할 당시 총독부는 코브라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코브라를 잡아오면 포상금을 주는 정책을 도입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정책을 악용해 코브라를 사육해서 포상금을 타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코브라 개체수가 오히려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베트남이 프랑스에 식민지였을 때 쥐 박멸에 실패했던 사례도 같은 맥락이었다. 사람들은 쥐 번식과 포상금을 동시에 노리기 위해 쥐 꼬리만 자르고 풀어줬다. 

빚 수요도 번식한다. 법정금리 제도는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들의 입장과 국내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추가 이자 상한이 시장에 미칠 효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시에는 역효과를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이다. 

swift20@shina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