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주주 3억 과세, 개미 의욕 꺾진 말아야
[기자수첩] 대주주 3억 과세, 개미 의욕 꺾진 말아야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10.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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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말 주식시장에서는 또 한 번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러시가 나타날 듯 하다. 정부가 내년 4월부터 주식 양도 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대주주 요건을 주식 보유액 10억원(연말 기준)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안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안대로 내년 대주주 요건이 강화될 경우, 올해 연말에는 납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왕개미'들의 순매도 행렬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주주 요건이 변경됐을 때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대주주 지정을 회피하기 위해 연말 보유 지분 매도에 나선 바 있다. 실제 대주주 요건 강화를 앞뒀던 지난 2017년 말과 작년 말 개인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약 5조1000억원, 5조800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다른 해 평균(1조5000억원대 순매도)보다 3배 이상 많은 규모였다.

특히, 현 정부안대로 내년 대주주 요건이 강화된다면 연말 매도에 나서는 개인 투자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말 기준 특정 주식을 3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 수는 9만3500명, 보유 금액은 241조5415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개인 투자자 보유 주식 총액 417조8893억원의 57%를 넘는 상당한 규모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들의 이러한 주식거래 행태가 주식시장에 불필요한 변동성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물론 주식시장에는 주가를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이 있는 만큼, 개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로 증시가 폭락하는 일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주가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올 들어 '동학 개미'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점을 고려하면, 바뀔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주주 또한 작년 말 대비 크게 늘었을 것으로도 판단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로 인한 주가 영향도 과거보다 클 수 있단 얘기다. 이처럼 개인들의 순매도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주체는 최근 주식시장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 소액 투자자가 될 것이 자명하다.

한편,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특정 주식을 3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를 대주주로 규정했을 때, 각 시장에서 지분율 2%, 1% 이상 보유할 수 있는 기업은 코스피 상장사 12개(전체의 1.5%), 코스닥 상장사 17개(전체 상장사의 1.2%)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대주주 선정 기준 자체에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며, 앞으로 가계의 자산 포트폴리오상 금융자산이 점차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가계 자산 비중이 전환되는 중요한 시기에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주식시장을 위축 시켜 개인 투자자의 의욕을 꺾지는 말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들의 상식에서 벗어나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신아일보] 홍민영 기자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