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BBQ·bhc 가맹점 보듬어야
[기자수첩] BBQ·bhc 가맹점 보듬어야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0.10.12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지붕 아래서 9년간 형제로 지내던 치킨 프랜차이즈기업 BBQ와 bhc가 이제는 앙숙이 돼 서로를 물어뜯기 바쁜 형국이다.

2004년 8월, 당시 업계 1위 제너시스BBQ는 헤세드통상과 bhc 등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BBQ는 bhc 인수로 2500여개 매장 보유하고 5000억원대의 연매출을 올리는 대형 프랜차이즈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를 통해 BBQ를 매섭게 뒤쫓던 교촌치킨 등을 따돌리고 왕좌를 수성했다.

BBQ와 bhc의 한솥밥은 2013년 7월, 제너시스BBQ가 로하틴그룹(TRG)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FSA)에 bhc를 매각하면서 약 9년 만에 끝났다.

형제관계를 청산한 후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달리, 두 회사의 관계는 더 이상 한 배를 탈 수 없는 철천지원수로 바뀌었다.

발단은 FSA가 bhc 인수 약 1년 뒤인 2014년 9월, 제너시스BBQ를 상대로 국제상공회의소(ICC)에 bhc 고가인수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다. 이후 bhc의 BBQ 직원 기밀절도 혐의 고소, bhc의 BBQ 물류용역대금 청구, BBQ의 bhc 임직원 40여명 상대 영업비밀 침해 고소, BBQ의 박현종 bhc 회장 배임·사기 혐의 고소, bhc의 BBQ 상품공급대금 청구, BBQ의 박현종 회장 상대 손해배상 청구 등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고소와 소송 잇따랐다.

수년째 지속돼온 두 회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두 회사 모두 특별한 명분 없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소모전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만 든다. 물고 물리는 진흙탕싸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부호가 찍힌다.

BBQ와 bhc도 이런 업계 안팎의 시선에 부담을 느낀 건지 이후 치열했던 공방은 소강상태로 접어든 듯 보였다.

하지만 침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019년 10월 BBQ 윤홍근 회장의 자녀 유학자금 횡령을 제보한 전 BBQ 직원 A씨가 bhc 박현종 회장의 사주를 받았다고 진술하면서, 두 회사 간의 전쟁은 재점화됐다. 올해 10월6일엔 박현종 회장을 비롯해 bhc가 조직적으로 BBQ 윤홍근 회장 횡령 사건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bhc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BBQ와 bhc의 자존심싸움은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전반의 이미지를 깎아내릴 뿐이다. 문제는 그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가맹점에게 돌아간단 점이다. 가맹점들은 생계를 걸고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본사는 감정에 치우쳐 가맹점의 불안감만 가중시키고 있다.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면 더 이상 불필요한 소모전을 중단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상품·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는 편이 낫겠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