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업계, 반구글 전선에 동참하라
[기자수첩] 게임업계, 반구글 전선에 동참하라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10.1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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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T업계는 ‘구글 수수료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구글이 내년부터 자사 앱마켓(구글 플레이)에 입점하는 모든 앱에 자사 결제시스템(인앱결제) 사용을 강제하고, 결제수수료 30%를 매긴다고 선언하면서다.

구글의 이번 결정은 애플과 동일한 수수료 정책을 채택한 것이지만, 양 사의 사업방식이 달랐다는 점에서 비판받는다. 그동안 애플은 앱마켓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며 수수료 30%를 고수한 반면, 구글은 개방형으로 글로벌 앱마켓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구글이 독점적 지위에 오른 뒤 인앱 결제 강제와 수수료 인상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국내 정치권과 IT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 복수의 상임위원회가 구글 인앱결제 강제와 수수료 이슈를 도마 위에 올렸고, 여야는 ‘구글 갑질방지 법안’을 마련키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구글의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독점적 사업자의 반 경쟁행위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또 멜론, 지니뮤직, 벅스, 웨이브 등 음원과 OTT(인터넷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은 구글 플레이 대신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에 입점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횡포에 맞서 정부·정치권과 업계가 전방위적 대응에 나선 셈이다.

다만 정부의 규제와 법안이 미국 기업인 구글을 상대로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진 불확실하다. 오히려 국내 플랫폼 기업만 제재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IT업계의 구글 보이콧 전선 확대가 효과적일 수 있다.

갑을 관계는 불변의 법칙이 아니다. 시대와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변한다. 플랫폼과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플랫폼이 절대적인 ‘갑’이었지만, 최근엔 콘텐츠가 우위에 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콘텐츠 보유 업체들이 한데 뭉쳐 목소리를 높인다면 슈퍼 을이 될 수 있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이 반(反) 구글전선에 동참할 경우 파급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게임업계는 이번 구글의 새로운 앱마켓 정책에 영향을 받진 않는다. 이들은 이미 구글 인앱 결제의무와 수수료 30%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모바일 게임시장 진출을 고려하면 구글은 필수불가결한 파트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게임업계도 국내 앱시장에 한해 구글의 독점에 대항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다. 기존 부당한 수수료 체계를 바로 잡을 수 있다. 개별 게임사가 아니라 협회 차원에서 힘을 모아 대응하는 방식이면 부담도 덜하다. IT업계에서 게임산업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