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어촌상생기금 ‘호통 출연’이 아쉽다
[기자수첩] 농어촌상생기금 ‘호통 출연’이 아쉽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10.0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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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7일 시작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의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대기업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이 떠올랐다.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은 이번 국감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 임원들을 호출했다. 농해수위는 2018년과 2019년에도 대기업 관계자들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고, 저조한 출연 실적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지난 2017년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으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농어업·농어촌과 기업 간의 상생협력 촉진을 지원하고자 도입됐다. 특히,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으로,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도입 이후 올 9월까지 누적 출연금은 1000억원 남짓이다. 목표치에는 다소 미달됐다. 

농해수위 의원들은 기금 도입 이후 3년 연속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왜 기금을 내지 않고 있는지 호통치고 있다. 대기업들이 미국·중국·아세안 등과의 FTA로 수혜를 보고 있지만, 농어촌 발전을 위한 기금 출연에는 인색하다는 주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 8월까지 국내 100대 기업 중 상생기금 출연에 참여한 기업은 18개 정도다. 농해수위 소속 어느 의원은 대기업을 포함한 민간기업의 출연을 독려하고자, 최근 20년간 2조원으로 상생기금 규모를 더욱 늘리는 관련법 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무작정 호통을 치고 반강제적인 분위기로 기업들의 기금 출연을 독려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금 조성은 강제성이 아닌 ‘자발적인 기부’가 초점이다. 출연과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없다. 기업마다 FTA로 얼마나 수혜를 입었는지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가뜩이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2000년 이래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는 상황인데, 기업들 팔을 비틀수록 오히려 반감만 커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이는 ‘상생’이라는 취지와 어울리지 않다. 농가들도 이런 식의 ‘겁주기’는 원치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기업 부담을 줄이면서도 사회공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협력사업’이라는 틀로 참여를 유도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일례로, 삼성전자와 GS, 포스코는 최근 지역 교육청과 손잡고 농어업계 고등학교에 ICT 스마트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고, 강원랜드는 지자체와 함께 청년 스타트업의 농어촌 이전을 지원하며 힘을 보탰다. 

농어촌상생기금은 ‘상생’이라는 의미에서 기업을 옥죄는 방향이 아닌,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 확대로 접근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