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차라리 안 건들면… "기업구조·노동개혁" 카드에 노사정 갈등
[이슈분석] 차라리 안 건들면… "기업구조·노동개혁" 카드에 노사정 갈등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0.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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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손경식 만나 "공정경제3법, 골탕 먹이기 위한 법 아냐"
김종인 역제안한 노동법엔 "노동자 생존 자체가 벼랑 끝" 일축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백범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경총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백범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경총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노동시장 개혁'을 두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심이 이어질 모양새다. 공정경제 3법에 대해선 적극 설득에 나서면서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꺼낸 노동법 관계에 대해선 일단 방어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손경식 회장과 대기업 사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공정경제 2법은 기업 건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기업을 골탕 먹이기 위한 법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상법' 개정안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개정안,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공정거래법의 경우 전속고발제 폐지와 사인의 금지 청구제 도입이 주 내용이다. 금융그룹 감독법은 자산 5조원 이상 등 요건을 갖춘 비지주 금융그룹(기업)을 감독 대상으로 지정해 위험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재계와 경제학계는 이를 두고 '기업 옥죄기'를 우려하고 있다. 앞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기업은 생사가 갈리는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데, 기업을 옥죄는 법안은 자꾸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여야가 합의하면 (3법이) 일사천리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 회장도 이번 회동 후 "어려운 때이니 중요한 결정은 조금 미루고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총력에 전념하게 해달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며 "속도와 강도를 조금 줄이자는 의미로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간담회 자리에서 "3법을 비롯해 여러 법안에 대한 기업계 우려를 말씀해 주셨는데, 저희가 오늘뿐 아니라 앞으로도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요란 떨지 않고 조용히 기업계와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갖겠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법안 추진을)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긴 어렵다"고 예고했고, 비공개 전환 후에는 손 회장에게 "민주당이 혼나러 온 줄 알겠다"고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더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다중대표소송 도입·강화(모회사 발행주식 총 수의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 제기)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 요건 강화 △전자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등을 추가한 이른바 '김종인법'까지 발의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 김 위원장을 향해 "책임 있는 자세로 야당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맞물린 가운데 이 대표는 민주당 대주주격인 노동계의 문제와 관련해선 "노동자 생존 자체가 벼랑에 서 있고, 노동 안정성이 매우 취약한 것이 드러나고 있는 시기"라며 "이러한 시기에 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임금을 유연하게 하자는 메시지(의미)가 노동자에겐 매우 가혹하게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제안한 노동관계법 개정을 사실상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 위원장은 앞서 민주당이 공정경제 3법 통과를 촉구하자 "노사(노동조합-회사) 관계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역제안했다. 정치권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노동법 개선을 기업 고용과 해고, 임금유연화를 지금보다 쉽게 하자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개혁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재계와 보수진영의 숙원이었고,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오랜 소신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당시에도 "노동개혁법이 여야의 합의를 거쳐, 될 수 있으면 국회를 통과하길 기대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국면에선 두 사안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결국은 '패키지 딜(일괄 교섭)' 의제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안 추가로 자연스럽게 민주당에 공을 넘기는 전략이다.

민주당에서도 박 의원이 '김종인법' 발의로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지만, 되려 이 대표의 결정이 더 크게 작용할 상황을 야기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 입장에선 재계와 노동계 불만을 최소화할 방안을 부심해야 하는 실정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