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시대 올까
[기고 칼럼]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시대 올까
  • 신아일보
  • 승인 2020.10.0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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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지능형(AI) 구축을 추진하면서 중개인 없는 부동산 블록체인 사업에 133억원을 투입하겠다."

최근 정부 내년 예산안에 담긴 이 문구 하나 때문에 부동산중개사들이 집단 반발을 하면서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비대면 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중개업계의 밥그릇을 위협한다고 하니 가만있을 공인중개사들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정부 각 부처가 부인했고 공인중개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AI를 활용한 부동산 공적장부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해에서 빚어진 소동으로 일단락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런데 블록체인과 AI 기술을 활용한 중개사 없는 비대면 부동산거래 시스템이 가능할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주택 내 외부는 3D입체화면과 VR(가상현실)을 이용해 보여주고, 부동산 정보 등의 사실관계와 소유권, 저당권 등 권리관계는 통합된 디지털 장부로 확인검증을 하며 매매, 임대 거래계약은 국토부가 인증한 전자계약시스템 및 거래대금 보관 기능의 escrow 제도를 통해 계약을 하면 된다.

중개보수에 대한 불만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중개사 없는 거래시스템이 중개업계에는 생존의 문제지만 다수의 시장수요자들은 비싸다고 느껴지는 중개보수를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파트처럼 어느 정도 표준화된 부동산이라면 그나마 낫지만 개별성이 강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단독주택, 빌라, 상가, 토지 등의 부동산에 대한 디지털화가 쉽지 않다.

아파트도 가격 표준화는 풀지 못하는 숙제가 될 수 있다. 공시가격이야 세금의 기준이니 담담하게 받아들이지만 매매가격을 표준화해 정해준다면 이를 쉽게 받아들일 매도인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도 매매과정에서 가격을 올리거나 매물을 회수하는 등 많은 분쟁이 발생하는데 전자시스템만으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부동산거래를 원만하게 진행하기는 어렵다.

escrow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불편하기도 하고 또 다른 수수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무엇보다 서로 모르는 제3자와 중개사 없이 인터넷 전자시스템만 의존해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거액의 부동산을 계약하고 소유권까지 넘기겠다는 분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중개사가 하는 일없이 비싼 중개보수만 받아가는 것 같아도 막상 직거래를 해보면 여간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아니다. 매매 상대방을 구하는 것도 어렵고 구하더라도 과연 믿을만한 사람인지 권리관계와 주택하자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이견조율도 어렵다.

일반인이었을 때는 중개보수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중개사가 되어보니 중개보수가 결코 그냥 먹는 돈이 아니었다는 말을 하는 중개사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어떻게 됐든 지금 당장 중개사가 없는 중개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거래의 현실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부가 만든 중개사를 중심으로 한 중개시스템을 정부 스스로 뒤집어야 하는 신뢰의 문제, 수 많은 중개사들의 일자리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기존 굴뚝산업에서 인터넷산업으로, HW에서 SW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물결이 시작된 지금 결국에는 맞이할 수밖에 없는 미래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개업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민 모두 관심을 가지고 준비를 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은 든다.

중개업계는 중개와 감정평가, 금융, 세무, 법무 컨설팅을 제공하는 종합 컨설팅을 기반으로 하는 고객만족과 공감을 위한 서비스 질 개선에 대한 노력을 정부는 중개사와 시장수요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안전하고 편리한 거래시스템 구축에 대한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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