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집에만 있으라더니…
[e-런저런] 집에만 있으라더니…
  • 신아일보
  • 승인 2020.10.0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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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말고 덜도말고 집에만 있어라.’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달 29일자 본지 1면에 쓰였던 사진기사의 문구다. 서울시청 벽면에 거리두기를 독려하는 문구가 붙은 것이다. 원래는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지만 요즘 시대에 알맞게 바꾼 한 문장이 와닿아 1면 사진기사로 정했었다. 

그런데 5일간의 연휴동안 지킨 사람이 얼마나 될까? 추석연휴 내 고속도로는 물론 관광지 주변이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맞벌이부부이기 때문에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 친정인 대부도에 작은 아이를 맡겨두곤 하는데 추석연휴 전날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하루 자고 다음날 집으로 오는 길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추석 전날인데도 불구하고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대부도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인 시화방조제는 밀려드는 차들로 일찌감치 주자창과 비슷한 모습이었고, 수많은 칼국수집들 앞에는 길게 늘어선 차들이 인기를 증명하는 듯 했다. 우후죽순 생겨난 카페들 역시 문전성시를 이뤘고, 주민들이나 알법한 골목에는 불법주차 차량들로 가득했다. 

비단 대부도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관광지들이 추석특수를 제대로 누린 모습이다. 거리두기를 준수한다며 장거리 이동은 조금 줄어든 모양새지만 바람이라도 쐴겸 근거리 이동이 크게 늘면서 여러 곳에서 웃지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평소 같으면 집까지 1시간 남짓 걸리지만 결국 2시간40분이라는 긴 시간을 쓰고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죽 답답하면 가까운 곳에 바람이라도 쐬러 가겠나 싶은 마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방역당국에서 몇 날 며칠을 방역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는데 이렇게 바람쐬러 다녀도 되는지 의문도 든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5일 연휴가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집밖에 아예 안나가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허용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일지 문득 궁금해진다. 

집근처 놀이터를 가든, 차를 타고 공원을 가든, 인파가 몰리는 아울렛을 가든, 맛집멋집이 즐비한 관광지를 가든, 요트를 사러 미국을 가든 한 장관의 남편 말대로 어른이니까 알아서 하게 둬야 하는 것일까?

/고아라 편집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