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차별징계·전관예우… 공무원 범죄 '점입가경'
강력범죄·차별징계·전관예우… 공무원 범죄 '점입가경'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9.2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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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범죄 절반 가까이가 경찰청 소속… 직권남용 '갑질' 최다
검찰, 음주운전 검사 견책 처분하고… 소속 공무원엔 '정직' 처분
복지부·식약처 공무원 산하·관련 기관 재취업… 퇴직 후 한 달만
식품업체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는 대구경찰청 소속 경무관(가운데 짙은 색 양복)이 25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식품업체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는 대구경찰청 소속 경무관(가운데 짙은 색 양복)이 25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공무원 범죄와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공무원 범죄 전체 중 절반 가까이는 경찰청 소속 공무원이 저질렀고, 보건복지부에선 산하 기관 재취업이 기승을 부려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무원 범죄 46% 경찰청 소속… 지능범죄 최다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지난해 공무원 범죄' 통계를 보면 42개 정부 부처 소속 공무원 중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총 3626명이다.

이 가운데 경찰청 소속이 1672명으로, 전체 46.1%에 달했다. 이어 교육부 328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301명, 법무부 290명 순이다.

경찰청 소속 범죄자 유형으로는 △살인기수 1명 △살인미수 2명 △강간 17명 △강제추행 98명 △강간강제추행 1명 △방화 1명 △상해 88명 △폭행 285명 △체포·감금 4명 △협박 60명 △약취·유인 2명 △폭력행위 29명 △공갈 6명 △손괴 64명 △직무유기 196명 △직권남용 411명 △증수뢰 68명 △문서·인장 115명 △사기 156명 △횡령 36명 △배임 13명 △성풍속범죄 35명 △도박범죄 12명 등이다.

강력범죄가 54명, 폭력범죄 225명, 지능범죄 574명 등으로 나타났다. 교통범죄를 단속하는 기관임에도 교통범죄 역시 517명이 저질렀다.

특히 공무원 직무와 관련한 범죄인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을 저지른 공무원은 총 607명인데, 이 중 경찰청 소속이 428명에 이른다.

박 의원은 "경찰청 전체 인원이 다른 부처에 비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찰청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라는 최일선 부처"라며 "철저한 반성과 쇄신이 어느 곳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자료=박재호 의원실)
(자료=박재호 의원실)

◇공무원 정직하더니 검사는 견책처분… 검찰, 음주운전 차별징계

지난 5년간 법무부·대법원·대검찰청에서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소속 인원은 247명으로, 이 중에는 판사나 검사도 포함하고 있었다. 특히 대검은 일반 검찰 공무원에겐 정직을 내렸지만, 검사에겐 견책을 내려 비위 사안에 대해 상이한 처분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와 대법원, 대검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기관별 음주운전 징계는 △법무부 138건 △대법원 60건 △대검찰청 49건 등이다.

올해는 21명의 인원이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는데, △대법원 8건 △법무부 7건 △대검찰청 5건 등으로 나타났다.

대검이 제출한 검사와 검찰 공무원 징계 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 서울고등검찰청 소속 검가는 음주운전으로 견책 처분을 받았지만, 같은 해 7월 창원지방검찰청의 6급과 창원통영지청의 7급 일반 공무원은 감봉과 정직 처분이 내려졌다.

2018년 10월에도 부산동부지청 소속 검사는 음주운전으로 견책 처분을 받았지만, 동일 비위로 같은 날 처리한 창원통영지청 소속 일반 검찰 공무원은 정직 처분을 받았다.

'검찰공무원 범죄 및 비위 처리 지침'에 따르면 음주운전 1회 적발 시 혈중알콜농도 0.01% 미만일 경우에는 감봉, 0.01% 이상은 정직 처분을 해야 한다.

이후 '윤창호 법' 시행으로 음주운전 처벌기준이 강화, 지난해 7월부터는 음주운전 1회 적발의 경우 혈중알콜농도 0.08% 미만은 감봉이나 정직이다. 0.08% 이상은 정직이나 강등 처분을 하도록 한다.

이런 지침에도 불구하고 일반 검찰 공무원과 비교해 검사의 음주운전은 가벼운 징계로 끝나고 있다.

(자료=김용민 의원실)
(자료=김용민 의원실)

◇여전한 전관예우… 대놓고 퇴직 후 곧바로 산하 기관으로

최근 3년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퇴직 공무원의 전관예우 사례가 적발된 것만 49명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복지부와 식약처에서 받은 인사혁신처 재취업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까지 취업심사 승인자 중 복지부는 27명 중 22명(81.48%)이 산하 기관이나 관련 기관으로 재취업했다. 식약처는 퇴직공무원 27명 전원 산하기관이나 관련 기관으로 재취업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정무직 또는 4급 이상 일반직 공무원 등에 대해선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정한다. 다만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을 받거나 취업 승인을 받을 때는 가능하도록 한다.

문제가 된 일부 복지부 퇴직 공무원은 국립중앙의료원과 대한적십자사, 대학교병원, 제약회사, 로펌(법무법인) 등 관련 기관에 재취업했다.

복지부 소관 유관단체 27개 중 취업 심사대상 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립암센터, 국립중앙의료원, 의료기관 평가인증원, 한국보육진흥원 등 10곳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등 17개 기관은 취업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드러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복지부 차관을 지낸 퇴직 공무원의 경우 취업심사대상이 아닌 보건산업진흥원 원장으로 재취업했고, 일부 식약처 퇴직 공무원도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과 식품안전정보원,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 산하 기관이나 관련 업체에 재취업했다.

특히 복지부·식약처 퇴직공무원의 재취업 준비 기간은 1개월 이하가 13건(25.49%), 2~3개월 18건(35.29%), 3개월 이상이 20건(39.21%)으로 관련기관 재취업과 관련한 사전협의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 의원은 "윤리적 자질이 중요한 고위공직자가 퇴직한 지 1개월도 안 돼 산하기관이나 관련 기관과 업무 관련성이 높은 민간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며 "특히 한 달도 되지 않아 관련 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은 사전협의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위 공직자 재취업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재취업자가 불필요한 영향력, 전관예우 등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는 보다 높은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추석 명절 응급의료센터 운영 계획 및 코로나19 대응 현황에 관한 현장 점검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추석 명절 응급의료센터 운영 계획 및 코로나19 대응 현황에 관한 현장 점검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