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악당 역할이 억울한 대형마트…"편견 깨야"
때 아닌 악당 역할이 억울한 대형마트…"편견 깨야"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0.09.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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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강세에 코로나19 이중고…"정치권, 소상공인만 보호"
"유통발전법은 기울어진 운동장"…"우리도 힘든 건 마찬가지"
대형마트업계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살리기라는 명분을 앞세워 대형마트 옥죄기에만 혈안이 된 정치권을 향해 "대형마트도 극심한 실적악화로 힘들다. 악당이란 프레임으로 대형마트를 압박하는 규제들이 야속하다"며 억울한 입장을 밝혔다.(이미지=연합뉴스)
대형마트업계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살리기라는 명분을 앞세워 대형마트 옥죄기에만 혈안이 된 정치권을 향해 "대형마트도 극심한 실적악화로 힘들다. 악당이란 프레임으로 대형마트를 압박하는 규제들이 야속하다"며 억울한 입장을 밝혔다.(이미지=연합뉴스)

“대형마트는 악당이 아니다. 왜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고 전통시장 민심을 잡겠다는 것인가.” -업계 A 관계자

“대형마트는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을 괴롭히는 괴물이 아니다.” -업계 B 관계자

대형마트업체들은 오프라인 유통채널 침체로 지속되는 적자기조를 면치 못한 가운데, 대기업 옥죄기로 일관하는 국회를 향해 이같이 토로했다.

국회는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등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적부진을 떨쳐내려는 대형마트의 분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업체들은 수년째 이어지는 불황에 코로나19로 이중고를 겪는 등 ‘사면초가’에 놓인 형국이다.

대형마트는 소비문화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데 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소비가 핵심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0년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이(e)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업체는 전년 동기 대비 1~6월 평균 17.5%의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같은 기간 6.0% 줄었으며, 이 중 대형마트는 5.6%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올해 상반기 242억원과 578억원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국회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형마트의 손발을 묶기에 바쁘다.

국회는 전통시장 인근 1킬로미터(㎞) 이내 대규모점포 출점 제한, 대형마트 월2회 의무휴업 등 규제적용기간을 2025년 11월23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지난 16일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또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전통상점가 경계로부터 최대 2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도 계류 중이다. 이 안건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대형마트 출점이 가능한 구역이 줄어 사실상 신규출점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 등은) 대형 유통업체들을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을 괴롭히는 ‘괴물’로 치부하고, 이들을 옥죄면 중소 상공인들이 그만큼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단순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대형 유통업체와 전통시장의 대립구조에서 벗어난 지 오래됐다. 반대로 온·오프라인의 전선이 형성된 지 몇 년이 됐지만, 정치권의 시각은 시대에 맞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악당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문제”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여건이 어려워진 와중에, 대형마트에만 가하는 차별적인 규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계속해서 적자나는 기업의 팔목을 비트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 근무 노동자도 소시민이고, 대형마트 입점업체 역시 소상공인”이라며 “최저시급으로 버티고 있는데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의무휴업 성과 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되는 옥죄기는 산업발전을 저해하고 일자리를 없애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실제 한무경 의원실이 한국유통학회로부터 제출받은 ‘유통 규제 10년 평가 및 상생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3월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후 대형마트의 매출은 2019년 기준 4.9% 줄었다. 전통시장·골목상권 등이 포함된 전문소매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6.1% 줄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찾는 비율은 5.8%에 불과했으며, 의무휴업일 주변 점포 매출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점 시 해당 점포 반경 0~1㎞와 1~2㎞ 내 전체 업종의 매출은 4.8%와 2.7% 감소했다.

일자리 측면에서는 대형마트의 고용이나 대형마트 입점 업체는 고용은 물론, 0~3㎞ 내 고용이 모두 감소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장 전 플레이어인 전통시장을 보호하는 건 알겠지만, 현재의 유통산업발전법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모르겠다”며 “선과 악의 프레임에 갇혀 대형마트를 악으로 치부하는데, 대형마트도 온라인에 밀려 힘든 건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대형마트를 압박해 결국 망하면 일자리만 없어진다”며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소상공인으로 내몰리게 되고, 그만큼 소상공인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그럼 또 대형마트를 옥죄는 규제가 나오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강조했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