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예배 풍경에 '헌금도 디지털화'
코로나19가 바꾼 예배 풍경에 '헌금도 디지털화'
  • 최지혜 기자
  • 승인 2020.09.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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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비대면 종교활동 지원 플랫폼 제공 본격화
모임·모금 수반하는 각종 단체로 '영역 확대' 준비
국민은행 디지털헌금바구니 앱 사용 중인 모습. (사진=신아일보DB)
국민은행 모바일 앱 '디지털헌금바구니'을 사용 중인 모습. (사진=최지혜 기자)

코로나19가 교회 등 종교 단체의 헌금·보시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현장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각종 예배가 비대면으로 전환된 가운데, 헌금 납부도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 주목한 은행들은 종교 단체 전용 헌금 플랫폼을 개발하고, 서비스 제공을 본격화하고 있다. 플랫폼 특성상 종교 활동뿐만 아니라 봉사 단체 등 모임과 모금을 수반하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발전도 가능할 전망이다.

27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은 지난 14일 코로나19에 따른 디지털 예배를 지원하기 위해 '하나원큐 모바일헌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나원큐 모바일헌금 서비스는 모바일 앱을 별도로 설치할 필요 없이 문자메시지나 종교 단체 인터넷 홈페이지, QR코드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타행 계좌 이용 고객도 이용할 수 있고, 기도문을 직접 스마트폰에 작성할 수도 있다.

이 서비스는 일반·십일조·감사 헌금 등을 계좌별로 자동 집계하고 헌금 데이터를 교적정보·재정관리시스템으로 연계해 기부금 연말 정산 과정에 반영한다. 이전에 수작업으로 하던 현찰 계수와 관리 부담을 줄여 비대면 헌금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도 높였다.

현재, 기독교와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다양한 종교 단체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각 종교 성격에 따라 '불전함' 또는 '보시' 등으로 서비스 명칭이 변경된다.

하나은행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종교 단체의 예배가 상당수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온라인을 통해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서비스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별도 플랫폼 없이 온라인 납부가 이뤄질 경우 헌금 납부자는 동명이인을 구별하고, 계좌 입력 오류 등을 방지하기 위해 담당자에게 입금 사실을 따로 알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헌금 관리자도 입금자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고 정리하는 절차를 수행해야 한다. 하나원큐 모바일헌금 서비스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뒀다.

서울시 강서구의 한 교회 관계자는 "온라인 계좌이체로도 헌금을 받고는 있지만 모인 헌금을 다시 종류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누가 어떤 명목으로 얼마를 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 중랑구의 한 교회 관계자는 "대면 헌금의 경우, 간혹 교인분들이 실수로 빈 봉투를 내고 계수하시는 분들을 오해해 헌금 내역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며 "디지털 관리 체제에서는 납입 내역이 자동으로 입력돼 교인과 교회 양측 모두 투명성 측면에서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하나은행)
(사진=하나은행)

KB국민은행도 지난 4일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용자는 모바일 앱 '디지털헌금바구니'를 이용해 소속 교회를 선택할 수 있다. 본인 인증을 거친 후 비밀번호를 누르면 등록된 계좌에서 돈이 출금된다. 교회 관리자는 국민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디지털헌금서비스를 신청한 후 이용 가능하다. 현재 전국 교회 20곳이 등록돼 있다.

우리은행도 오픈뱅킹을 접목한 자동 출금 형태 스마트 헌금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이 서비스는 각종 대금 업무를 처리하는 종교 단체를 대상으로 하며, 서비스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가 점점 많아지고 종교 단체들도 비대면으로 모임을 전환하는 추세"라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고객들을 대상으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스마트 헌금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디지털 헌금 플랫폼은 앞으로 종교 단체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장 발전할 전망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종교 단체를 제외한 성금 모금 단체들은 시스템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나, 명칭 설정은 아직 종교단체만 가능하다"며 "앞으로 여러 명의 임차인을 가진 임대사업자라든가 기부금 단체에 맞게 헌금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성금 서비스 1호는 기독교가 됐지만 2호는 불교의 불전함이나 천주교의 헌금 등으로도 정할 수 있다"며 "이 플랫폼은 비대면 기반이므로 종교 단체에 국한하지 않고 집회나 모임이 수반되는 단체를 대상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국민은행)
(사진=국민은행)

choi1339@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