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北 김정은 '피살 사건' 미리 보고 못 받았다"
국정원 "北 김정은 '피살 사건' 미리 보고 못 받았다"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9.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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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지문 볼 때 사고에 대해 사전 보고 못 받아"
야권 "김정은 사과는 가짜"… 문 대통령도 질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 사과한 25일 연평도 NLL 인근에서 중국 어선이 조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 사과한 25일 연평도 NLL 인근에서 중국 어선이 조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 공무원 피살 사건을 미리 보고 받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병기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가 끝난 뒤 "국정원은 오늘 북한이 보낸 통지문을 볼 때 이 사고에 대해 '김 위원장이 사전에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이날 통지문을 보내 실종된 남측 공무원을 사살한 것에 대해 사과한 것과 관련해선 "통지문의 의미를 쉽게 볼 것은 아니며 큰 의미가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국정원은 "서해교전 이후 사과의 뜻을 표한 예가 없었고, 표현 수위·서술 방법 등을 봤을 때 상당히 이례적이고 진솔하게 사과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남측 공무원 피격에 대해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해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줘 대단히 미안함을 전한다"고 알렸다.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발표에 따르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는 이같은 내용의 전문을 남측에 보냈다.

통지문과 관련 김 의원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말이 연속해서 나오는데, 이례적인 것이 전체주의 국가에서 최고지도자가 사과하는 예가 거의 없다"며 "'수령 무오류설'이라고 해서 사과가 미칠 파장을 고려해 사과를 한 경우가 없음에도 두 번이나 사과하고 재발 방지대책까지 통보했다는 것은 진일보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또 전해철 정보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A씨 사살을 지시한 주체 파악이 있었는지 여부를 묻자 "그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며 "(우발적인 사격이었는지는) 현재까지 국정원이 판단·파악하기로는 구체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A씨가 월북을 계획했는지에 대해서 전 위원장은 "지금까지 나온 얘기나 정보 자산에 의하면 월북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는 관계기관의 얘기가 있었지만, 국정원은 그것에 대해 최종 판단은 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시신과 관련해선 정보위원들은 '시신에 대한 조사와 전반적인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국정원 측은 정보위원들의 의견을 참작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알렸다.

국민의힘 간사 하태경 의원은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 있어 두 가지 과제가 있는데, 국민 생명·안전 보호와 남북관계 개선"이라며 "이 두 가지 과제가 충돌할 수도, 같이 갈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1원칙은 우리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원칙 하에서 우리 정부가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중요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후속 조치도 중요한데, 진상조사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고, 재발방지책을 진상조사 결과에 맞춰 마련해야 하는데, 그 후속 조치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야권은 북한의 행태와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 정부 대처에 대해 여전히 지적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타깃을 맞췄다. 특히 이날은 국군의 날 기념식이었고, 문 대통령이 행사에 참가했다. 하지만 기념사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야만적으로 피살된 천인공노할 만행이 벌어졌음에도 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대통령은 평화타령, 안보타령만 늘어놨다"며 "도대체 북한 앞에만 서면 왜 이렇게 저자세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선동 사무총장은 김 위원장 사과에 대해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왜 문 대통령은 북한에 협조 요청조차 하지 못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고 소회했다. 오히려 원칙을 갖고 당당히 협조 요청을 했다면 국민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다는 게 김 사무총장 주장이다.

또 윤희석 부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김 위원장이) '대단히 미안하다'라는 단 두 마디 이외에는 그 어디에서도 진정한 사과의 의미를 느낄 수 없는 통지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통지문에서 '사소한 실수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는 무책임한 태도"라며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책에 대한 확답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국회 대북규탄 여야 공동 결의문에 북한의 야만 행위에 대한 분노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확고하게 대응하겠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 질의에서 청와대와 정부를 상대로 북한이 우리 국민을 살해하기까지 무엇을 했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북한을 두둔하고 있는 이들이 대한민국 군이 맞느냐"며 "북한 김정은의 사과 시늉 한마디에 휘청하는 무기력이 있다면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을 내놨다.

정의당에선 조혜민 대변인이 김 위원장 사과에 대해 "북한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지 않고 입장을 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나, 만행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는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에 관한 중대한 사안인 만큼 책임 있게 진상을 규명하길 촉구한다"며 "우리 국민이 피랍된 것이 예측됨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울 따름이다"라고 질타했다.

국민의당의 경우 안혜진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북한 통지문에 진정한 사과의 의미를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를 향해선 "가해자의 해명에 안도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며 "평화 타령만 읊조리지 말고 남북공동조사단을 꾸려 진위를 가리자"고 제안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