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잡은 허인 국민은행장, 윤종규 회장 마음까지 잡으면 '연임'
실적 잡은 허인 국민은행장, 윤종규 회장 마음까지 잡으면 '연임'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9.24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올 상반기 당기순익 은행권 1위…신한 제치고 리딩뱅크 탈환
지주 회장으로 가는 길목 '행장 인선' 최대 변수는 '윤 회장 판단'
허인 국민은행장. (사진=신아일보DB·국민은행)
허인 국민은행장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 (사진=국민은행·신아일보DB)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허인 국민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두고 금융권 관심이 높다. 허 행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시중 은행 중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신한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 지위를 탈환하는 성과를 올렸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실적 견인에 성공한 허 행장이 연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최근 3연임을 확정 지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지지가 절실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은행장 자리가 차기 지주 회장으로 가는 길목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국민은행장 인선을 둘러싼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2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허인 국민은행장 임기는 오는 11월20일 만료된다. 지난 9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같은 시기 임기 만료를 앞둔 허인 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허 은행장은 지난 2017년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이 분리된 후 처음 국민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3년 임기 동안 국민은행을 리딩뱅크 자리로 이끌었다. 작년 국민은행 당기순이익은 2조4391억원으로 신한은행 당기순이익 2조3292억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리딩 뱅크를 탈환했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도 1조2467억원을 기록해 신한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인 1조2407억원보다 앞질렀다.

다만,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지정받아 작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리브엠'은 처음 목표했던 100만 가입자와 달리 현재 가입자는 8만명을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작년 초에는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19년 만에 총파업을 진행하며, 노사관계 균열을 보이기도 했다. 리브엠 사업도 노조로부터 여전히 공감을 얻지 못해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차기 은행장 선임 과정에 있어서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선택이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차기 행장 후보를 추천하는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에 윤 회장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국민은행 직원 A 씨는 "국민은행장 자리는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으로 가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윤종규 회장이 차기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어떤 인물을 차기 회장으로 그리고 있는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허인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크지만, 윤 회장과 오랜 시간 발을 맞춰온 타 계열사 사장들도 임기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결국 윤 회장이 어떤 인물을 더 신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국민은행 직원 B 씨는 "리브엠 등 국민은행의 주요 사업에 윤종규 회장이 관심도 많았고,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많은 역할을 했다"며 "이번 차기 은행장 선임에도 윤 회장의 생각을 따라줄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대추위는 추천받은 인사 중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를 선정하게 된다. 대추위 위원에는 KB금융지주 회장과 지주 사외이사 3명, 국민은행장이 포함된다. 다만, 국민은행장은 직접적 이해관계자기 때문에 후보 선정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대추위에서 선정된 후보들을 대상으로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자격 검증과 심사 등을 거치는 데,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에는 은행 사외이사 4명 전원이 참여한다. 심사를 통해 결정된 최종 후보는 은행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은행장을 확정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차기 은행장 선임과 관련된 구체적인 절차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임기 만료는 11월이기 때문에 조만간 대추위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연말 임기를 앞둔 계열사 사장으로는 이동철 국민카드 사장과 양종희 KB손보 사장, 박정림 KB증권 대표 등이 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