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⑪ 일·가정 양립 어려워 출산 포기?
[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⑪ 일·가정 양립 어려워 출산 포기?
  • 신아일보
  • 승인 2020.09.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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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출산을 어렵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라고 한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아이를 10명이나 낳고 하루 종일 일하며 살았는데, 요즘에는 아이 하나 키우면서 죽는 소리를 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우리나라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2007년 하루 264분에서 2014년 152분으로 7년 동안 42%나 감소했다. 전 세계서 가사노동시간이 가장 짧다. 세탁기, 청소기, 전기밥솥 등의 가전제품 덕분에 가사노동시간이 크게 감소했다. 최근에는 가족의 수가 감소하고 간편식이 유행해 더욱 짧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물리적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 사람 반 도둑 반이었다. 강도를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고 공동으로 안전을 지키며 살았다. 농사를 짓는 것도 이웃의 도움이 필요해 사람들은 모여 살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어느 곳이나 안전하며 혼자서도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다. 다양한 복지제도까지 갖춰져 혼자 사는 것이 더욱 용이하다. 사회적으로 물리적 안전과 경제적 안전이 확보된 것이다. 안전이 확보된 사회에서는 존중 욕구, 자아실현 욕구, 호기심 욕구에 집중한다. 그런데,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는 데에는 가족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경우 구속이 되고 시간을 빼앗기게 돼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물리적 안전과 경제적 안전이 확보된 사회에서는 존중 욕구, 자아실현 욕구, 호기심 욕구에 집중하면서 혼자 사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현대 사회는 지식사회이다. 지식이 성공과 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평생 공부한다. 공부를 하려면 자신에게 집중해야 하는데,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수고를 필요로 해 공부를 어렵게 한다. 고학력자들의 비혼율이 높고 출산율이 낮은 이유다.

과거에는 생활범위가 매우 좁았으나, 현대에는 교통과 통신이 발달해 전 세계가 열려 있다. 과거에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1등을 하면 명예와 부를 얻을 수 있었지만, 현대에는 나라에서 1등을 해도 별로 알아주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는 무슨 일을 하든지 전 세계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 모두가 1등을 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자신의 일에 몰두 할 수 없게 해 뒤쳐지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를 기피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자신의 일에 열성인 전문직 여성과 성공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소득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은 이유다.

전문직도 아니고 고학력도 아니고 업무도 바쁘지 않은 직장에 다니는 여성도 시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여가를 즐기는 방법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철따라 해외여행을 가야하고, 영화도 봐야 하며, 게임도 해야 하고, 친구도 만나야 한다. 운동도 하고 드라마도 챙겨봐야 한다. 유튜브에는 재미있는 것이 넘쳐 난다. 일을 않고 공부를 안 해도 시간이 부족한 세상이다. 전업주부도 같은 이유로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일·가정의 양립이 어렵다’는 말은 과거 보다 업무와 집안일이 어려워서 생긴 말이 아니라, 실제는 공부와 놀이가 크게 증가해 나온 말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밤이 되면 할 일이 없었다. 낮에도 현대사회처럼 바쁘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 아이를 양육할 시간은 더욱 부족하다. 공부에 집중하는 여성이든, 일에 집중하는 여성이든,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성이든 모두 시간이 없다. 자녀의 필요성은 적은데 시간은 부족하니 그 결과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바쁜 현대사회에서는 자녀의 필요성을 높이지 않는 한 출산율 회복은 없다.

/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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